지난 수요일 아침, 새 정부 예술정책 수립을 위한 예술지원체계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했다. 블랙리스트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예술지원체계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가 쏟아져 나왔다.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역할과 개선방향, 예술지원의 방향과 목표, 지역예술활성화를 위한 지원체계, 지원체계에서의 지역문화재단의 역할, 예술정책 관련 협치환경 등.
 

 원주문화재단도 최근 2011년부터 진행되어온 문화예술지원사업의 현황과 흐름을 살펴보며 달라진 지역문화환경과 지역예술현장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기 위하여 지원사업 역할 및 방향을 재설정하고 있다.
 

  2011년 1억8천의 예산으로 시작된 원주 문화예술지원사업은 현재 5억 규모로 지원총량이 확대돼 연 130여건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1건당 평균 지원금액도 약 2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증가했으며 지원영역도 단순 창작활동지원에서 지원사업 목적과 내용을 달리하여 전문예술영역, 시민예술영역, 특성화사업영역, 신진예술영역 등으로 확장됐다. 문화예술단체 위주의 지원대상도 개인 예술가 중심의 지원으로 확대했으며, 생활예술동호회 지원 등 시민들의 생활문화활동도 돕고 있다. 사업운영에 있어서도 심의제도 개선, 시민모니터링 도입, 자부담 폐지, 다년지원제도 도입, 정산 간소화 등 달라지는 지역문화환경의 변화와 현장의 요구에 대응하며 지원사업 설계와 운영의 기반을 닦아왔다.
 

 그럼에도 문화예술지원사업에 대한 공정성의 문제제기와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동호회 지원 때문에 전문예술인들의 지원이 줄고 특정 장르만 지원한다는 오해도 있었다. 이미 개선된 내용도 끊임없는 요구로 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이는 현장과 교감하고 지금까지의 성과를 공유하며, 앞으로의 지원방향과 정책 등을 함께 고민했어야 지역중심의 문화정책과 문화재단의 역할 등에 동의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음에도 이를 위한 상시적인 소통테이블과 논의체계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원사업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물론 감동과 기쁨을 주고 정신적 만족을 제공함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문화예술의 근본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공공재로서 예술과 예술가치, 예술소비의 형평성 등 지원의 정당성이 있지만 이러한 불편한 시선들을 우리 스스로 지원사업의 성과로 불식시켜 나갈 필요도 있어 보인다.
 

 문화예술지원사업 목적은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활동과정과 결과가 시민 문화적 감수성을 확장시키는데 있다. 그런데 지금의 지원사업은 모두가 만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원주문화재단은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새 틀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새 틀을 짜기 위한 질문을 구성해 보고 있다. 예술은 단일하지 않다. 예술가 또한 그 처지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과 내용이 다르다. 많은 예술가들의 생각과 활동을 담을 수 있는 디테일한 질문이 필요하다. 더불어 지원사업 운영의 관점을 바꾸어 보려고 한다.
 

 개별단체와 예술가, 지원사업자끼리 경쟁하는 구조에서 탈피할 수는 없는 것인가? 잘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하게 하는 방법과 제도, 시스템을 지원할 수는 없을까? 지금까지의 지원대상과 사업구분 방식을 예술가와 단체의 활동주기, 성장주기에 따른 과정 지원을 중심으로 재설계해 본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원주의 예술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지역에 문화예술경쟁력에 기여하는 문화예술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행사 및 단발성 사업지원에서 문화예술단체 및 예술가의 기초 예술활동과 창작활동에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평가 기준도 결과중심에서 과정중심으로, 개별사업 지원의 틀에서 통합적 관점의 생태계 및 플랫폼 지원의 확대도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 더불어 예술가의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배려도 필요하다. 공급자 중심의 탑 다운(Top down)에서 수요자 중심의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지원사업 체계 구축과 역량강화를 상상해 보며 한발 내딛어 보려 한다.

강승진 원주문화재단 정책기획실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