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치러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에서 자크 로케 당시 IOC위원장이 'PYEONGCHANG 2018'이라고 적힌 종이를 올리며 "평창"을 외쳤을 때 우리 강원도민 누구나 기쁨의 환호와 감격의 눈물을 머금었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싸늘한 바람이 스치고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이 성큼 다가오니 평창동계올림픽이 목전에 온 것이 실감난다.

 동계올림픽 2번의 좌절과 유치, 최순실 국정농단과 평창동계올림픽 개입, 북한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등 평창동계올림픽은 시작부터 개최를 바로 앞둔 현재까지도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0월 평창동계올림픽 국민 여론조사를 한 결과 66,6%가 성공적 개최를, 7.4%가 부정적 전망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예측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198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고, 30년 후인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전 세계에서 두 개의 올림픽을 개최한 국가(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중 8번째로 스포츠 강국이면서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나아가게 되었다. 이러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동계올림픽을 여는 강원도민으로서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 대한 연원과 올림픽 정신을 짚어보아야겠다.
 

 고대 올림픽은 제우스 신을 모시는 제전경기인 '올림피아 제전'으로 그리스에서 시작하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달력으로 태양력과 태음력을 여러 국가에서 나누어 사용하였는데, 두 달력을 합칠 수 있는 주기가 8년이어서 올림피아제전을 8년 주기로 개최하였다. 그렇다면 8년 주기가 왜 4년 주기로 바뀌었을까? 기원전 776년 전후하여 그리스에서는 거듭되는 전쟁과 전염병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되자 그리스의 왕은 스파르타에게 휴전 협상을 하기 위해서 올림피아제전을 열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8년은 너무나 길어서 그 기간 내에 많은 전쟁을 막을 묘책을 찾다가 4년 주기를 제안한 것이다. 기원전 776년부터 4년 주기로 열게 된 고대 올림픽은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시기에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논리로 전쟁을 피하고 평화의 시기를 갖고자 했으니, 올림픽의 정신 중 으뜸은 바로 '평화'인 것이다. 고대 올림픽은 BC 776~AD 393년 사이에 4년마다 개최되어 1천100년 이상 지속하였으나, 중세시대에 멈추었다가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의 제창으로 1896년부터 근대 올림픽이 4년 주기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1924년에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제1회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으로 나뉘고 각 4년 주기로 올림픽을 더욱 발전시켜왔다. 88서울올림픽은 세계 최대국가가 참가한 동서 화해의 올림픽으로 유명한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서방 60여 개국이 불참했고, 1984년 LA올림픽에는 소련 등 동유럽국가 18개국이 불참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동서 양진영 모두 참가한 올림픽은 세계평화 정착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세계가 이념으로 양분된 시기는 지나갔지만, 남북한의 분단 상황에서 중·러·북과 한·미·일의 대결 구도는 여전히 존재한다. 기원전 776년에도 전쟁을 멈추고 한자리에 모여서 평화롭게 올림픽을 개최하였는데, 무인우주탐사선 보이저호가 태양계를 찍은 사진까지 전송하고 태양계의 외곽인 헬리오포즈에 도달한 최첨단의 21세기에 개최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핵전쟁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통탄스럽다. 지난 11월 14일 72차 유엔총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이 총회에 참가한 김연아 홍보대사는 보조발언에서 "10살 때 시드니 하계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동시 입장하는 모습을 보고 스포츠가 지닌 힘을 처음으로 느꼈다"며 "스포츠는 국가 간 장벽을 허물고 평화를 촉진할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핵무기 대결을 내려놓고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올림픽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

류희경 중천철학재단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