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퇴근 무렵이었다. 계단을 요란스레 쿵쾅대며 올라와 병원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진료 끝났는데요" "원장선생님 꼭 좀 만나게 해 주세요" 간호사들이 퇴근 시간이라 난처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들여 보내세요" 했다. 간호원이 나가고 환자가 들어서는데 간호원이 유난스레 난처한 표정을 짓던 이유를 그제서야 조금 알 것같았다.들어서서 앉기도 전에 "선생님, 제 턱뼈를 자르고 싶은데요" 하고 서둘러 말했다.
 

 일단 얼굴을 살펴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수술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수술 시 아픈 것은 물론이고, 수술부위의 부기가 다 빠지려면 2~3주 걸립니다." 환자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남성스럽고 험악해 보이는 얼굴 때문에 애들이 무서워하며, 따르질 않는다고 한다.
 

 얼굴 이미지 변화를 위해 코수술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어 상심해 하고 있는데, 동료교사가 턱뼈를 잘라보라고 권했다. 이 환자의 경우엔 턱뼈 양쪽이 많이 벌어져 있어 상당한 부분을 잘라내야할 상황이었지만 전혀 표시나지 않게 해달라는 간절한 부탁 때문에 입안으로 수술하게 되었다. 수술 때는 아주 일부분만 제거해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수술 후 부기가 빠지고 나서 보니까 딴 사람처럼 달라보였다.
 

 성형수술환자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어느 한부분 수술한다고 해서 특별히 얼굴 이미지가 눈에 띄게 변화하진 않는다. 그래서 수술 전에 환자들에게 '현재보다는 나아지지만' 하는 단서를 달고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지는 말라고 당부하곤 한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나서보니 의사인 필자도 놀랄 정도로 턱뼈가 한사람의 이미지를 많이도 변화시켜 놓았다. 수술하고 개학해서 학교에 갔더니 아이들이 '선생님이 예뻐졌다'고 고개를 갸웃대면서도 원인을 몰라 어리둥절 했다고 한다. 또 이미지가 부드러워져서인지 아이들이 선생님을 훨씬 잘 따르고 말도 더 잘 듣는다고 했다.
 

 이번 방학 때 또 병원문을 밀고 들어와 어느 부위를 수술해 달라고 하는건 아닌지…솔직히 조금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