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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살어리랏다

어린시절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면서 원주에 가면 표준말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동경했었다… 안광자 원주노인종합복지관 문예창작반 반장l승인2017.12.04l수정2017.12.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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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어린 시절 옆집에 사는 옥이라는 동무는 어느 날 멀리 강원도 원주로 '애보개(아기보는 사람)'를 한다며 일 년쯤 갔다 돌아왔다. 전쟁 후에 먹고사는 것이 힘들던 시절이라 식구 중에 입 하나라도 줄여 보려고 보낸 것이었다.
 

 군인 장교 집에 식모 겸 아이를 돌보다 돌아온 동무는 모습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세련된 표준말을 서울사람처럼 듣기 좋게 하는 데에 나는 놀라 버렸다. 그때부터 나의 촌스럽고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싫어지며 원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면서 원주에만 가면 멋진 표준말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 곳을 동경했다.
 

 우연이었을까. 충청도가 고향이고 직업이 군인인 남편을 만나면서 전 후방을 옮겨 다니다가 정년퇴직을 원주에서 하게 되어 정착하게 되었다. 남편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지만 고향이라고 돌아간들 반겨줄 부모님이 계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향에 농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시대의 남성들이 젊은 날 타관을 직장 따라 생활 따라 헤매이다가 나이 들면 향수에 젖어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심정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나는 평생 남편 말에 거역하지 않고 살다가 처음으로 용감하게 반기를 들며 원주에서 살고 싶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삼남매의 자손들이 이곳에서 학교를 다녔고 동창을 만든 곳. 그 짝들을 이곳에서 만났으며 또 직장을 잡은 곳이기에 원주에 뿌리를 내리기로 한 것에 남편도 결국은 선선히 동의해 주었다. 
 

 내가 자란 고향 부산은 관광지도 많고 갈 곳과 볼 것이 많은 아름다운 도시다. 그러나 원주는 혹시 외지에서 친지가 놀러오면 갈 곳이 많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고 베란다 문을 열면 펼쳐지는 풍경화 같은 치악산의 멋진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겨울이 오면 산중턱에 하얗게 눈 덮인 풍경 또한 그 아름다움이 알프스를 연상하게 한다. 사는 동안 한 번도 풍수재해를 입은 기억이 없다는 것은 그 만큼 지리적으로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인 것은 분명하다.
 

 교통이 사통팔달로 뚫려 좋아지면서 어디든지 마음대로 갈수가 있고, 멀지 않아 평창올림픽이 열리고 나면 더 몰라보게 달라 질 것이다. 전철을 타고 서울을 가서 하루 종일 구경하며 쇼핑하고 일찍 돌아올 날을 기대하며 벌써부터 들떠서 같이 갈 친구를 물색해 본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가까운 원주천을 끼고 걷기운동을 열심히 한다. 잘 정화된 맑은 물에는 피라미가 튀고 물오리와 원앙이 한가롭게 노니는 것도 쉽게 볼 수가 있다. 늘 강변을 끼고 걷다보면 아름다운 사계(四季)를 충분히 누릴 수도 있다. 벚꽃이 만발하는 봄부터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여름. 벚꽃나무가 단풍이 되어 낙엽을 떨어뜨리는 멋진 가을을 누릴 수 있는 이곳에서 하얀 겨울에는 열심히 눈 발자국을 찍으리라. 그렇게 자연을 즐기면서 건강을 지켜가며 나 또한 편안하게 조금씩 늙어 가리라.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30여 년이 가깝도록 이곳에서 살면서 말씨라도 세련되고 싶어 무던히 노력했건만 내가 어렸을 때 꿈꾸던 날렵한 표준말은 아직도 서툰가 보다. 사람들과 십분만 대화를 하면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는 것이 금방 들통이 나 버린다. 내 어린 시절 조금은 유치하고 황당했던 생각이 원주와의 인연이 되었나 싶다.


안광자 원주노인종합복지관 문예창작반 반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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