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신협은 지난 달 신협발전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주제는 '고령화시대 원주밝음신협의 사회복지적 대응'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내용이 우리 모두의 관심사인 '고령화문제'여서 그런지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여주셨다.
 

 특히 패널로 참석한 사람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바람의 마을'을 다녀온 사람들이다. '바람의 마을- 風の村'은 일본 치바현에 있는 생활클럽생협이 기반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의 이름이다. 사업을 시작한 곳이 바람이 많았던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노인복지시설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중증장애인 및 어린이집 등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실천하고 있는 대형 사회복지법인이다. 시설종사자만 3천4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무위당 만인회 김영주 고문이 협동조합 관계로 이케다 이사장(바람의 마을)을 알게 되었고, 이것을 인연으로 작년 1회, 올해 2회에 걸쳐 원주지역에서 연수단을 보내게 되었다. 필자도 지난 4월 2차 연수단 단장을 맡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바람의 마을은 좋은 시설, 깔끔한 관리도 눈에 띄었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존중' 사상을 기본으로 하여 운영되고 있는 것이 인상깊었다. 설립당시 '내가 머물고 싶은 집' ' 부모님을 모시고 싶은 시설'이 목표였다고 하는데,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 그 마음이 담겨있었다.
 

 개개인에게 맞추어진 의자 높이, 사용자의 자존감을 배려한 용변시설, 목욕시설, 의사표현이 어려운 사용자를 고려한 천정높이, 전등불빛 등등… 하나 하나에 마음이 담겨있었다.
 

 시설운영자가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가 아니고, 시설의 입소부터 마지막 임종(臨終)까지 이용자가 자존감(自尊感)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아가 지역주민과 시설이용자들의 지속적인 교류를 위한 카페식당 운영, 어린이집 운영 등 일상적인 관계형성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시설이 시설이용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비교되었다. 아마도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협동조합에서 출발한 사회복지법인이기에 가능한 실험이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치바생협에서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추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케다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인구통계와 경제통계로 미루어 볼 때, 고령화문제가 닥쳐올 것이 확실한데 정부의 역할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이 문제의 일부라도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하여 생협이 사회운동차원에서 노인복지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초창기 몇 년간 많은 고생을 하였지만, 이제는 '개호보험-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생협 운영에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시대에서 조합원과 사회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추진… 협동운동의 시작이다.
 

 원주밝음신협도 1980년 소방서 119구급차 최초 기증, 1984년 소비조합운동, 1990년 원주소비자시민모임 설립, 1992년 원주한살림중앙매장 개설, 2002년 원주의료생협 설립, 2003년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설립을 지원하는 등 시대의 필요에 따라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제는 고령화시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바람…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단지 나뭇잎의 흔들림에서 그 존재를 느낄 뿐이다. 사람의 만남, 또한 바람과 같다.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그리고 어떻게 스러져 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단지 그 관계를 선하게 이어갈 뿐이다. 바람의 마을과 인연도 그렇다.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고령화'의 태풍(颱風)을 우리 밝음신협에서 잘 대비 할 수 있도록 앞서의 만남을 이어가고 준비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신창선 원주밝음신협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