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원주 철도 건설사업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이후 4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은 많았다. 여주∼원주 구간은 20.9㎞에 불과하고, 사업비도 다른 철도공사에 비해 매우 적은 5천억원 수준인데 사업추진이 번번이 누락되면서 속을 태웠다. 안타까운 건 당초 계획한 복선이 아닌 단선 철도가 놓인다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원주에서 서울 강남까지 40분대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건 원주시로선 새로운 전기를 맞는 일이다. 최종 확정되기까지 관내 각급 기관·단체는 물론 지역 정치인들도 정당을 초월하고 한 목소리를 낸 결과여서 더욱 값지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사실 여주∼원주 구간은 언젠가는 반드시 연결돼야 하는 구간이었다. 서해안과 동해안을 잇기 위해 인천 월곶에서 강릉을 연결하는 동서 간선철도망 사업은 6조원 넘는 국고가 투입된다.

그런데 여주∼원주 구간을 누락시킨다면 동서 간선철도망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기의 문제였지, 언젠가는 연결해야 할 구간이었지만 착공시점을 앞당겼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너무 무겁다. 원주 전반에 미치게 될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자칫 지역경제가 오히려 타격을 입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40분대에 서울 강남까지 갈 수 있다면 원주에 사는 젊은이들은 대한민국 경제·문화의 1번지인 강남에서 소비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도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기반은 매우 빈약한 상황이다.

수도권 주민들에게 원주는 아직도 치악산 내지는 군사도시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그들에게 강원도 관광지는 춘천이나 동해안권이지, 원주는 그저 경유지인 셈이다.

그렇다고 부론면 흥원창에 한옥 몇채 짓고, 배 몇대 띄운다고 수도권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그만한 규모의 시설은 전국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빈약한 관광자원을 최대한 연계시켜 알찬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야 수도권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여주∼원주 철도가 준공되는 2023년까지는 아직 8년이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또한 지역 정체성을 제고하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이미 지역주민들은 원주혁신도시를 낯설어하고 있다. 공간적으로 이질적인 데다 이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란 인식 때문이다.

원주기업도시도 준공되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여주∼원주 철도까지 건설된다면 자칫 지역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정체성은 지역주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결속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역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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