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리문학공원 내에 있는 패랭이꽃 그림책버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실고 달려온 패랭이꽃 그림책버스가 11년만에 운행을 중단한다. 그림책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그림책도시사업단은 오는 26일 '그림책하고 놀자' 행사를 끝으로 그림책버스가 장기 휴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장기휴관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폐관이다. 기증받은 폐버스를 리모델링해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 전문 도서관으로 운영한 그림책버스는 버스 이곳 저곳이 낡고 부식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림책도시사업단 관계자는 "빗물이 새고 천장에서 부식된 철가루가 떨어지는 등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위험성이 커 부득이 장기휴관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문을 연 그림책버스는 어린이들의 꿈과 관심을 바퀴 삼아 굴러왔다.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버스를 활용한 그림책 전문도서관으로 원주의 자랑이자 지역 어린이는 물론,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공간이다.

하루 방문객이 평균 60~70명으로 1년에 1만명 이상이 이 곳을 찾아와 자원봉사자들이 읽어주는 그림책에 귀를 기울이며 추억을 새겼다. 그림책도시사업단은 11년간 13만여명이 그림책버스를 다녀갔다고 추산한다.

그림책버스를 개관하고 운영해 온 장본인이자 그림책도시사업단 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희(55) 작가는 "다시 버스를 기증받아 그림책버스를 운영하는 것은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전문적인 그림책도서관을 구현한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으로 특정 공간을 확보해 그림책전문도서관과 그림책 작가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컨테이너박스 구조물로 그림책버스를 계승하는 방안 등 대체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신관선 원주시 문화예술과장도 "상징성 있는 그림책버스가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작은도서관이나 사용하지 않는 아파트 내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림책도시사업단은 그림책버스 장기휴관에 앞서 오는 26일 오전10시부터 그림책버스가 있는 박경리문학공원에서 '그림책하고 놀자'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 정부의 예산 부족과 무관심으로 인해 방치된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매입, 유지하는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