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생산·가공된 안전한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원주푸드 사업에 학교장들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통단계를 줄여 신선하고 값싼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사업임에도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

이달 운영을 시작한 원주푸드종합센터에서 3월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계약을 체결한 곳은 전체 87개 초·중·고교 중 초등학교 31곳, 중학교 2곳 등 33개 학교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들 학교는 귀래, 신림, 소초, 호저 등 대부분 시골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였다. 도심 학교들은 종전 업체로부터 납품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수의계약으로 식재료를 납품받았다가 향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천만원 미만은 수의계약이 가능해 학생 수가 적은 시골학교는 원주푸드종합센터와 수의계약을 체결했지만 학생 수가 많은 도심 학교는 2천만원이 넘기 때문에 입찰로 납품업체를 선정한 것.

그러나 원주시로부터 원주푸드종합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원주원예농협은 학교급식이 공익사업이어서 입찰에 참가해 단가를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주푸드종합센터 박홍근 센터장은 "종전에는 시골학교 납품단가가 도심 학교에 비해 비쌌지만 우리는 동일가에 공급한다"면서 "학교급식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군납이나 공공기관 식당 납품 등을 통해 이윤을 남길 계획이다"고 밝혔다.

원주원예농협은 원주푸드종합센터에 직원 12명을 배치했으며, 배송차량 9대를 구입했다. 학교급식으로 월 20억원 가량 납품해야 수지가 맞는데, 3월의 경우 2억5천만원에 그치는 상황이다. 또한 원주푸드종합센터 건립비 60억원과 진입 교량 설치비 10억원, 원주푸드 생산을 위한 하우스 설치비 23억7천만원 등 100억원 가량의 세금이 투입된 만큼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주푸드협동조합 박수영 사무국장은 "로컬푸드를 공급하고 있는 당진, 아산, 익산 등에서는 수의계약으로 모든 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하고 있다"면서 "'협상에 의한 계약' 등 다양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 몸을 사려 원주푸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급식 식재료인 농산물, 수산물, 공산품을 분리 발주할 경우 농산물은 대다수 학교에 수의계약으로 공급할 수 있다. 원주시와 원주교육지원청이 원주푸드 공급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학교장들을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120여명의 지역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이 원주푸드종합센터에 반입될 예정이지만 학교급식 공급물량이 적을 경우 수급조절을 해야 하는 등 학교측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