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지대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해 5월 학내에서 구재단 추천이사 퇴진을 위해 전체학생 총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이사회의 갈등으로 대형 기숙사 건립계획이 무산된 것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된 상지대 문제를 6·4 지방선거에서 공론화 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지대는 전임 총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했지만 상지학원이사회가 후임 총장을 선출하지 못해 총장 공백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상지학원 이사는 9명 중 8명이 정이사이고, 1명은 교육부에서 파견한 임시이사로 최근 김문기 전 이사장 측에서 학원이 정상화됐는데 임시이사를 파견한 것은 문제라며 자격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현재는 이사회 정원이 8명이다. 이사회 의결정족수가 이사 정원의 과반수 이상이다 보니 이사회 대립으로 총장 선출은 물론 신규교원 임용 등 대학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형 기숙사 신축 좌절

상지대 이사회의 갈등으로 865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기숙사 신축이 좌절됐다. 국민주택기금 및 사학진흥기금을 활용한 대학생 공공 기숙사 건립사업으로 국토해양부, 교육과학기술부 및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대학생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자금을 투입해 학교재정정책의 유연성과 기숙사비 인하를 통해 교육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이다. 기숙사는 장애우실 1인 1실 5명, 2인 1실 860명으로 865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규모이다. 총 사업비는 220억원으로 국민주택기금 106억원, 사학진흥기금 74억원, 교비 2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상지대 대형 기숙사 건립은 침체된 우산동의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단순한 기숙사 건립이 아닌 '머물면서 공부하는 대학(Residential College)'으로 방과 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지대 이사회의 갈등으로 기숙사 건립은 좌절됐다.

하지만 이사회가 정상화 될 경우 올해 사업을 재신청할 수 있다. 상지대 관계자는 "대형 기숙사 건립은 학생들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다"며 "침체된 우산동 경기 회복과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상호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 포함

상지대 이사회의 파행은 상지대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되는 불명예를 안겼다.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위원회와 학자금대출제도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2014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학자금 대출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국 35개 제한대학에 상지대도 포함됐다.

이로 인해 상지대는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통해 수행하는 사업에 제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상지대는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전임교원 확보와 법인지표 향상을 위해 법정부담금 확대로 2015년에는 반드시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사회의 파행으로 자행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은 상지대의 대학브랜드 가치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교육부, 상지대 사태 나몰라라

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지대학교 구성원들은 교육부에 정상운영을 위한 공문을 수차례 발송했지만 교육부는 이사회 정족수가 부족해 의결이 안되는 상황은 아니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상지대 문제와 관련해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회의가 진행됐는데 사분위 회의 하루 전 날 교육부는 상지대와 김문기 전 이사장에 대한 안건을 긴급안건으로 추가 상정했다.

사분위는 2010년 상지대 정상화 과정에서 김문기 전 이사장에 대한 정이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사분위의 요구도 없었던 김문기 전 이사장을 정이사로 선임한 안건을 상정한 이유는 아직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교육부에 외부의 막강한 힘이 작용했거나 권력의 하명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회의에서 김문기 전 이사장을 정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교육부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상지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오히려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상 초월 재단비리, 그리고 정상화 노력

상지대 문제는 한국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1978년부터 1993년까지 단 한번도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은 채 이사장이 모든 결정을 하면서 마치 이사회를 연 것처럼 꾸몄다. 현재 상지대에는 지금도 똑같은 모양의 부실 건물이 다섯채 있어 경관을 망치고 있는데 하나의 설계도로 다섯채의 건물을 지은 다음 건물 각각에 책정된 설계비를 착복하는 방식으로 부정을 저질렀다. 상지대 관계자는 "그 건물들은 김 전 이사장 시절의 상징과도 같은데 그 시절 상지대를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당시 상지대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한국 사립대학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후 상지대 민주화의 역사는 한국 대학의 역사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대학 구성원들과 많은 민주인사들의 노력으로 비리재단의 복귀 시도를 물리치고 상지대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구재단 복귀 거드는 사학분쟁조정위

임시이사들이 대학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동안 구재단의 복귀 시도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상지대 구성원들은 학원의 안정화를 위해 공익적인 정이사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발전기금재단을 만들고 시민사회의 협조로 2004년 변형윤 이사장, 최장집 교수, 박원순 변호사 등으로 공익적인 정이사를 구성하고 여러 과정을 거친 후 교육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구재단은 정이사 구성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상지대는 승소했음에도 지리한 법정다툼이 지속됐다.

2007년 5월 대법원은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해 새로운 정이사는 직전 정이사(구재단)와의 협의를 통해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새로 선임된 공익적인 정이사의 무효를 결정했다. 이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구성돼 임시이사 파견 학교들의 문제를 다루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사분위의 인적구성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사학법인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적인 인사들로 채워졌다.
　
상지대 문제는 지역의 문제

상지대 문제는 단순한 사립학교의 문제가 아니다. 상지대 사태는 사립학교를 특정인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온갖 비리로 물러난 인사라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학교의 운영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 판사, 교수 등으로 구성된 사분위원들의 사고도 엿볼 수 있다. 학교를 개인의 사유물로 여기는 세력과 학교의 공공성을 확립하려고 노력하는 세력들이 투쟁과 투쟁을 반복하며 상지대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상지대 관계자는 "상지대 문제는 한국 사립대학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법원, 국회, 교과부, 청와대 등 연결된 부패구조가 존재한다며 대학의 공공성을 확립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부패구조와의 투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말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앞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구재단측 이사들이 파행을 벌일 때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상지대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와 사분위는 상지대에 공익적 정이사 선임 할 것 ▷교육부는 상지학원 이사회에 대한 특별 감사 실시 할 것 ▷잘못된 정상화 원칙에 의해 선임된 김문기 측 이사들의 이사취임 승인을 즉각 취소할 것을 주장했다.

이처럼 상지대 문제는 단순한 사립대학의 문제가 아닌 지역의 문제와도 병행한다. 하지만 상지대 문제가 장기화됨에 따라 시민들의 견해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산동 K 씨는 "상지대 문제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제는 무덤덤해진다"며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고, 6·4지방선거를 통해 공론화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