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정락희 씨, 시할머니 손진옥 여사, 시어머니 이희자 씨.

우산동 한라비발디 아파트에는 소문난 가족이 있다. 두 자녀를 키우며 99세 된 할머니와 70세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있는 김광문(46)·정락희(44) 씨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4대가 아파트 한 집에 사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이 가족이 더 유명한 것은 아내 정락희 씨의 돋보이는 효행 때문이다.

20대 초반 직장에서 만난 남편과 가정을 꾸린 뒤 20년째 시어머니와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살면서도 얼굴 한 번 찌푸려본 일이 없는 그녀다. 시집 온 이듬해 시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반대 한 번 없이 문막 시댁으로 들어가 생전 잡아본 일 없는 농기구를 잡았고 직장 일을 병행하면서도 시동생까지 뒷바라지 하는 등 살뜰하게 가정을 꾸렸다. 남편 김 씨는 "할머니가 넘어져 한 달간 자리를 보전했을 때는 대소변까지 모두 받아냈다"고 말한다.

시어머니께도 살갑다. '아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며 시어머니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팔을 걷어 붙인다. 시어머니 이희자(70) 씨가 "힘이 없어 그렇지 힘만 있으면 매일 업고 다니고 싶다"고 자랑할 정도다.

요즘은 기온이 떨어져 어렵지만 날이 따뜻할 때는 직장에 가지 않는 주말이면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시할머니 손진옥(99) 여사를 휠체어에 태우고 아파트 단지를 산책한다.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으면 답답하리라는 생각에 바람이라도 쐬게 해드리려는 배려다.

단지 내 주민들도 젊은 주부가 시할머니를 각별히 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칭송이 자자하다. 신봉진(72) 노인회장은 "자기 부모도 잘 모시지 않으려는 시대에 4대가 한 집에 모여 사는 것도 대단하고 부러운 일이지만,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의 손 발이 되어 늘 정성을 다해 모시는 정 씨의 모습을 보면서 주민들 모두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들 하는 것처럼 하고 있을뿐 특별히 잘 한 일이 없다고 겸손해 한 정 씨는 "할머님과 어머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오히려 덕을 많이 보고 있다"면서 "어머님과 할머님은 물론, 우리가족 모두 지금처럼 탈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