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치를 형편이 못돼 혼인신고만 하고 살던 장애인 부부 2쌍이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웨딩마치를 올리게 됐다. 오늘(23일) 오전9시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정기철(55세)·이희철(45세·지적 3급) 부부와 남형섭(45세)·이정석(31세·지적 2급) 부부는 원주시민이 하객으로 참석한 가운데 성혼선언문을 낭독한다.

이정석 씨는 지난 2011년 횡성시장에서 남편을 만났다. 한 달간 원주에서 여인숙을 전전하며 생활하다 혼인신고를 했지만 친정어머니의 결혼에 대한 우려로 혼인신고를 취소한 뒤 지난해 4월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남편은 신경성 두통을 겪고 있었고, 이 씨는 임신을 했지만 몸 상태가 약해 입원을 수차례 해야 했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시어머니는 치매 증세를 보였으며, 장애가 있는 이 씨에게 이 모든 것은 부담이 됐다. 하지만 마가렛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보호작업장에서 틈틈이 일하며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슬하에 1남.

이희철 씨는 선천성 장애를 지녔다. 유년시절 초등학교에 다니다 증세가 악화돼 청원학교에 다녔고, 2001년 장애등록을 했다. 남편 정기철 씨는 2004년부터 자활근로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부부는 가정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한 결과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유지해 왔다. 슬하에 1남.

이들 부부는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치를 형편이 못됐다. 사연을 접한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원주시희망복지지원단에서 이들 부부의 결혼식을 고민하다 지원방안을 모색했다. 각계에서 후원도 줄을 이었다. 신랑·신부 드레스와 웨딩메이컵은 웨딩그리다, 부케와 산토니아는 플라워뱅크, 신랑·신부 한복은 천생연분, 귤과 떡은 마루금산악회, 잔치국수는 동부비료가 후원했다.

적십자봉사단과 백합라이온스 회원들은 결혼식 날 국수를 나르기로 했고,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임백근 관장은 주례를 맡았다. 각계의 따뜻한 정성으로 이들 부부는 성대한 결혼식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전정란 팀장은 "장애를 지닌 부부는 경제적인 사정이 어려워 평생 웨딩드레스를 입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두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게 돼 도움을 주신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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