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 원천석 선생의 후학들이 주축이 돼 건립한 칠봉서원에 대한 복원사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원주시는 기획부동산의 터무니 없는 부지매입비 제안으로 호저면 산현리에 위치할 칠봉서원을 행구동에 추진 중인 원주얼 광장 조성사업에 포함시킬 계획이었으나 주민들과 지역 여론의 입장이 완강해 원터에 복원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주시는 지난달 23일 호저면사무소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향후 추진계획을 설명했다. 원주시는 이 자리에서 "주민들이 원래 자리에 복원해야 한다는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원터 복원에 무게를 싣고 복원계획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칠봉서원 복원사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매입이 관건이다. 원주시가 칠봉서원 건립에 필요한 예상부지는 9천900㎡ 정도인데 토지를 소유한 기획부동산에서 편입될 부지 외에 주변 부지도 매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규모가 7만2천700여㎡로 매입비만 수십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돼 1천6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시 재정상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주시는 지난 2000년에도 기획부동산에 부딪혀 복원사업을 포기한 전례가 있어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행구동에 건립된 충렬사도 원래 원주역 앞에 있어야 하지만 이러한 문제로 고심하다 17년 만에 행구동에 건립됐다.

이 때문에 원주시는 운곡 문중에서 원주얼 광장 부지 내에 소유한 부지를 선뜻 내놓겠다고 밝혀 대체 부지로 칠봉서원을 이전·복원하는 계획을 밝혔으나 최근 호저면 산현리 주민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사실상 복원계획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호저면 주민들의 입장은 분명했다. 산현리를 중심으로 호저면 주민들이 칠봉서원 복원을 위한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는 등 염원을 나타냈다. 위원장을 맡은 원호성 산현리 이장은 "칠봉서원을 원터에 복원해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자긍심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복원사업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지역주민들의 의지를 담아 반드시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협조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혀 무척 고맙다"며 "원주시 독자적으로 추진한다면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는 사업으로, 앞으로 주민들의 많은 이해와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