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룡마을 우수관로가 매년 역류하며 주민들이 침수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 22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단계동 청룡마을 주민들은 또 한번 수난을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원주는 지난 22일 새벽6시부터 7시 사이 시간당 45㎜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이날 하루만 22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 관측이래 3번째로 많은 비가 내렸으며, 원주 각지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청룡마을에 거주하는 A 씨는 "지면으로부터 80㎝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며 "매년 반복되는 수해에 대비해 대문 앞과 방문 앞에 미리 시멘트로 1m 높이의 방벽을 세워뒀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대문 안에 양수기를 설치해 집 밖 하수도로 물을 빼내야 했다. A 씨 집에 세들어 있는 B 씨는 방안 10㎝ 높이까지 들이찬 빗물로 애를 먹었다.

B 씨는 "야간에 일하는 터라 아침에 돌아와보니 이모양이었다"며 "가전제품은 고장났고 혹시 몰라 차단기를 내려뒀다"고 한탄했다. 이웃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창고 셔터문을 굳게 내린 C 씨는 수해방지를 위해 급히 모래주머니를 쌓았지만, 창고 안 곡물은 이미 빗물에 젖었고, 바닥과 1m 이상 차이나는 집 안까지 들이찬 물을 퍼내기에 바빴다.

이 곳은 단계천과 인접한 도로보다 낮은 지대에 위치해 상습적으로 침수되고 있다. 원주시는 지난해 가청마을과 청룡마을에 배수펌프를 설치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수펌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하수관 역류를 막지 못했다. 단계동주민센터는 청룡마을을 비롯한 수해지역 복구를 위해 양수기를 총 동원하고 소방차까지 투입했다. 4시간여 만에 물이 빠지고 바닥을 보였지만, 주민들의 보금자리는 이미 아수라장이 된 뒤였다. A 씨는 "시에서 배수펌프를 설치했다고 하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배수펌프와 관련, 원주시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문제를 지적한 배수펌프는 22일 내린 비의 양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성능으로 당일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원주시는 폭우가 내리자 배수펌프 센서 회사 직원을 파견해 현장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했다. 하지만 배수펌프로 통하는 1천㎜ 우수관과 연결된 450㎜ 우수관 2개에서 물이 역류했다는 것. 역류한 2개의 우수관은 청룡마을 지하를 관통하는 것으로 보수작업이 어렵다. 이 일대가 재개발예정지구로 묶여 하수관거 사업 제외지역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마을 밖에 배수펌프를 설치할 당시에도 많은 반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원주시 하수과 관계자도 "침수 이후 대책마련을 위해 450㎜ 우수관을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오물과 같은 퇴적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배수펌프로 통하는 1천㎜ 우수관의 수압이 너무 강해 450㎜ 우수관에서 물이 유입되지 못하고 역류한 것일 수도 있다"며 "우수관 크기에 대한 검토나 배수펌프로 통하는 우수관과 연결한 방식 등 다양한 원인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단계동주민센터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재개발을 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하수과나 안전도시과, 단계동 등 관련 부처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주민 불편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