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5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2기 원주시 시민고충처리위원회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시민의 고충민원을 1차적으로 판단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위원회 운영을 총괄하는 상근위원에 또다시 원주시청 퇴직 공무원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시민고충처리위원회는 시민이 원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고충민원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기구이다. 민원을 관료적 시각이 아닌 시민 입장에서 처리하고, 불합리한 행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고충민원 조정은 물론 위법·부당한 행정행위에 대한 시정권고 및 제도개선권고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업무수행이 강조된다.

지난 2009년 제1기 상근위원으로 원주시청 퇴직 공무원이 임명됐을 당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에서 공식 항의하고 나섰던 이유는 시민고충처리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2기 상근위원도 퇴직 공무원이 임명되자 원주시가 시민들의 지적에 귀를 닫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임명된 상근위원은 공무원 퇴직 후 곧바로 원주환경친화기술센터에 입사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원주환경친화기술센터를 원주시에서 건립했고, 운영비도 원주시가 지급하는 데다 퇴임 직전 원주환경친화기술센터와 연관된 부서의 국장으로 재직했기 때문이었다.

상근위원은 원주시 조례에 따라 일반직공무원 4급(서기관) 1호봉에 상당하는 월급을 받는 중요한 자리이다. 퇴직 공무원 임명이 문제가 되는 건 온전히 시민 입장에서 고충민원을 처리하기가 곤란하다는 데 있다. 민원인 편에 서서 후배 공무원들과 등을 지고 업무를 처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년이 보장되는 공직사회는 동료직원 간 온정주의가 가장 만연한 집단이어서 처신이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원주시는 상근위원이 행정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퇴직 공무원을 임명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민원이 어떤 부서와 연관이 있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공무원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례에 의거해 원주시는 시민고충처리위원회 직무수행을 위한 조사 및 업무보조를 위해 전담공무원을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처리에 관한 교통정리는 전담공무원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근위원이 반드시 퇴직 공무원일 필요는 없다. 목포시의 경우 시민고충처리위원을 학계, 법조계, 시의회,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추천하도록 조례에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주시 조례는 위원을 시장이 추천하도록 하고 있어 위원 임명절차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구성이 완료된 제2기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4년 후 구성될 제3기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관련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고충처리는 시민의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