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푸드는 원주농업의 판도를 뒤흔들 대규모 프로젝트다. 원주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원주에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 운동이다. 원주푸드가 정착되면 유통구조가 단순해져 농민 소득이 증대되고, 도시 소비자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농산물 배송을 위한 화석연료 사용량도 줄어 기후변화대응에 부합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농민들은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 어떤 품목의 농산물을 어느정도 생산해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시차를 두지않고 재배했다가 수급조절에 실패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농산물 품목과 수량을 원주시에서 미리 알려달라는 것이다. 게다가 농산물 인증기준 결정도 미뤄지면서 원주푸드에 관한 농민들 입장은 기대에서 우려로 180도 바뀌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학교급식으로 원주푸드가 납품될 예정인데, 지금 시점에서 이같은 불만이 제기된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형적으로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흥업면 대안초교에 짓고 있는 원주푸드종합센터는 올해 말 준공해 내년부터 학교급식을 맡게 된다. 학교급식을 위한 농산물 구입비로 약 13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학교급식으로 납품된 지역농산물이 956톤, 31억2천500만원임을 감안하면 약 100억원이 증가하는 셈이다.

게다가 원주혁신도시에 입주하는 13개 공공기관 구내식당에도 납품할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직원이 1천200명에 달하기 때문에 대형 판로가 생기는 셈이다. 안전하고 우수한 지역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로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원주푸드 직매장을 통한 매출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농업은 변화에 매우 둔감한 직종이다. 모내기 하면서 못줄을 사용하도록 농민들을 설득하는데 10년이나 걸렸다는 얘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이다. 공산품처럼 하루아침에 생산환경이 바뀔 수 없는 게 농업이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매년 1월 실시하는 새해 농업인 영농교육에 농민들이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하는 건 농작물 선택이 1년 농사를 좌지우지 하기 때문이다. 원주농정을 책임지면서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원주푸드 사업에 관한 농민들의 불만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건 직무유기에 다름아니다.

원주푸드종합센터 건립으로 인해 로컬푸드 사업은 원주시가 전국적으로 매우 독보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원주푸드를 벤치마킹 하기 위한 타 지자체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속 빈 강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농민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는 농정이 필요하다. 농업에 관해서는 농민들이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원주푸드에 관해 아직도 모르는 시민이 많기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아울러 현재 공무원 3명이 원주푸드 사업을 맡고 있는데, 조직을 대폭 보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