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철도공사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높였다는 지하도는 트랙터 등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의 통행이 불가능하다.

신림역에서 중앙고속도로 방면으로는 40여 가구의 작은 마을이 형성돼 있다. 이 마을 주민 100여명은 신림역이 생기기 전부터 철로 건너편 농경지를 경작했다. 이들은 신림역이 생긴 뒤에도 역사 내 구내통로를 이용해 경작지를 왕래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1일 안전상 이유를 들어 구내통로를 폐쇄하겠다고 밝히면서 마을 주민들과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신림역 구내통로 폐쇄와 관련, 한국철도공사와 주민들간 협의는 오래 전부터 이어졌다. 한국철도공사는 주민들 요구에 따라 구내통로를 폐쇄하는 대신 남쪽으로 3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하도를 높이고, 북쪽으로 1km 가량 떨어진 곳에 건널목을 설치했다. 또 원주시와 협의해 마을방면에 우회도로도 조성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명목상 설치일 뿐 실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 요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1일 구내통로 폐쇄를 통보하자 주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마을 주민 A 씨는 "300m 정도 되는 거리를 6km나 돌아서 가야 한다"며 "높이를 개선했다는 지하도는 트랙터 등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가 통행할 수 없는 높이"라고 지적했다.

지하도 높이는 1.8m이며 폭도 좁아 일반 차량이 간신히 통과할 정도이다. 주민들 주장처럼 소규모 농기계 외에 농사에 필요한 이앙기나 트랙터 등은 통과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신림역 구내통로가 폐쇄될 경우 주민들은 2km 가량 떨어진 건널목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주민 B 씨도 "구내통로 인근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구내통로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우회도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3m 폭 콘크리트 도로는 차량 교행이 불가능 할뿐더러 곳곳에 시야가 막혀 사고 위험이 높다.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차량이 도로에서 이탈해 논에 빠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주민 C 씨는 "한국철도공사에 구내통로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면사무소에서 협조 공문을 보내고 마을사람들이 탄원서와 진정서를 계속 냈다"며 "하지만 공문에 대한 답신은 커녕 구내통로 폐쇄도 현수막 하나만 설치한 게 전부"라고 불만을 토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주민 편의를 위해 구내통로를 '건널목화'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주민들이 원하는 차단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건널목 설치조건에 부합해야 하지만, 신림역 구내통로는 건널목 설치조건에 부적격 판정이 내려져 부득이 우회도로와 지하도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협의를 통해 주민 불편사항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했다"며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구내통로 폐쇄는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