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인 원주종합사회복지재단의 내분으로 재단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시설 이용자들의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재단은 태장1동 원주종합사회복지관, 자신보육원, 소망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53년 보육원으로 출발해 1992년 복지관과 어린이집을 개원하며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재단의 김모 이사장과 최모 전 자신보육원 원장이 서로 이사장이라고 주장하며 복지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복지관 관장은 사임했고, 어린이집 원장은 해임됐다.

김 이사장과 최 전 원장은 시숙과 제수 관계이며, 해임된 어린이집 원장은 최 전 원장과 동서지간이다. 집안싸움으로 재단의 복지서비스가 차질을 빚으며 곱지않은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관 관장 사임·어린이집 원장 해임

논란은 작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3월 재단 이사회에서는 복지관, 보육원, 어린이집에 대해 각각 외부회계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보육원은 원주의 회계사무소에 의뢰했고, 복지관과 어린이집은 서울 회계사무소에서 회계감사를 받았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복지관, 어린이집 회계감사는 비용이 각각 30만원에 불과한 형식적 감사였다"고 문제를 삼았다. 이에따라 최 전 원장 측은 복지관과 어린이집에 회계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해 이사회를 열고 어린이집 원장을 해임시켰다고 전했다.

반면 김 이사장 측은 "외부회계감사가 강제사항이 아닐 뿐더러 감사를 받았다"며 "최 전 원장이 재단 주도권을 쥐기 위한 흠집내기용으로 외부회계감사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원장 측은 지난달 18일 이사회를 개최해 전원결의로 김 이사장의 해임 및 신임 이사장으로 최 전 원장을 선임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 측은 "이사장이 이사회 종료를 선언하고 퇴장한 뒤 남은 이사들이 임의대로 해임안을 상정했다"면서 "절차상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지난 6일 이사회 이사 전원을 해임시킨 반면 최 전 원장은 지난달 18일 법원에서 본인을 새 이사장을 인정하는 등기를 발급받았다며 맞서고 있다.

김 이사장 측은 작년 2월과 3월 재단 이사 4명을 선임하는 과정에 최 전 원장이 관여했기 때문에 법인 정관을 위배함에 따라 이후 이사회 결정은 모두 무효라는 주장이다.

법인 정관에 따르면 재단에서 운영하는 시설의 장은 이사회 결의에 참여할 수 없는데도 작년 이사를 위촉할 당시 최 전 원장이 자신보육원 원장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최 전 원장이 주도한 이사 선임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이후 이사회 결정도 무효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은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해 법원에서 등기가 난 것"이라며 "앞으로도 법에 입각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재라인 혼선으로 옥상 방수공사도 못해

양 측의 다툼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건 복지관 운영이다. 복지관에서는 원주시로부터 연간 보조금 2억7천400만원을 지원받아 취약계층 300여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료급식, 재가노인, 식사배달, 공부방, 노인대학, 노인일자리사업, 자활사업 등이다. 그런데 양 측에서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복지관 운영주체인 직원들은 갈팡질팡 하고 있다. 양 측에서 서로 본인들에게만 결재를 받을 것을 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

당장 시행해야 하는 복지관 옥상 방수공사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주시는 옥상 방수공사 예산 3천만원을 확보했으나 복지관에서 이사장 결재가 나지않아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지관 직원들의 연말정산 및 퇴직한 직원의 퇴직금 등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무료급식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복지관 한 관계자는 "소송으로 비화될 경우 1년 이상 결재라인이 비는 초유의 사태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지난 21일 열린 복지관 운영위원회에서도 참석한 운영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는 등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재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게 한 참석자의 설명이다.

원주시는 복지관 뿐만 아니라 보육원, 어린이집 등 재단에 모두 연간 4억원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재단 내부의 문제여서 적극적인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법률을 검토했으나 중재할 만한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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