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1천100원이 무너진 원·달러 환율은 5일만에 1천90원대를 기록해 원화절상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선진국들이 저마다 제로금리를 들고 나오고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원화에 집중적으로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달러화 양적팽창을 결정하면서 원화 강세는 더욱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는 만큼 화폐 가치는 상승해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물건을 팔아야하는 수출업체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가격경쟁력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주를 대표하는 자동차부품산업과 의료기기 산업은 원화절상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A업체는 한국무역협회나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등에 문의하며 환율변화 추이를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2008년 환헤지 상품에 가입했다가 수십억씩 피해를 본 후 손을 놓았던 것이 결국 더 큰 문제로 야기된 것.

(주)만도 같은 대기업은 나름대로 외환관리 리스크 상품에 가입돼 문제가 없지만 주요 의료기기업체들은 환율 변동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여서 환율이 하락하면 그 만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 이덕배 과장은 "자동차부품산업을 주도하는 만도는 사업본부가 원주에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경영관리는 서울에서 하고 있어 환율 변화에 철저한 편"이라며 "의료기기수출을 주도하는 누가의료기기, 메디아나, 바이오프로테크, 씨유메디칼시스템 등 업체는 환헤지 상품에 가입돼 있지 않아 피해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9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원주지역 주력산업 수출동향 및 과제 보고서에는 이들 4개 업체가 2000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원주의료기기 수출의 78.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규모로만 보면 지난해 원주의료기기 산업 총수출액 1억2천400만달러 중 약9천800만달러를 이들 업체가 달성했다.

올해 5천만불 탑을 수상한 누가의료기의 경우 환율이 10원 절상되면 5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주력 수출업체들이 환율변동에 고스란히 노출되었기 때문에 내년 수출총액은 올해보다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년대비 수출총액 감소는 2005년 이후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지역내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장은 "지금이라도 수출기업들이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고 수출지원기관의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다가 유럽 경제위기 등으로 수출증가폭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도 수출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년대비 의료기기 수출증감률은 2010년 49.5%, 2011년 19.3%, 올해 7월까지 16.3%로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환헤지: '환(換)'과 '헤지(hedge)' 결합어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수출이나 수입, 투자에 따른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