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장 재배치를 염원하는 원주시민들의 성난 함성이 도청 앞에 울려 퍼졌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장 원주유치 범시민 대책위원회(위원장: 조덕희 바르게살기운동 원주시협의회장, 이하 범대위)는 지난 17일 시민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춘천시 봉의동 강원도청 앞 소공원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경제올림픽과 환경올림픽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경기장이 재배치돼야 한다"며 강원도와 조직위원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범대위는 성명서에서 "동계올림픽은 IOC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 강원도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면서 "강원도가 더 이상 33만 원주시민의 충정어린 외침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장을 재배치할 경우 발생하는 예산절감 효과를 적극적으로 설명했다면 IOC가 '불가능하다'라고 했을 리 없다"면서 "조직위와 강원도는 올림픽 유치 당시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IOC를 설득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조덕희 범대위 위원장을 비롯해 김근열 새마을회장, 이수영 생활체육회장, 전제선 이·통장협의회장, 백석룡 농업경영인연합회장 등 범대위 임원 5명과 곽도영·구자열·김현 도의원 등 8명은 현장에서 삭발을 통해 강경한 결의를 나타냈다.

궐기대회 후 범대위 임원들과 원창묵 시장, 도의원 등 대표단은 최문순 도지사를 면담하고 원주시민 11만 명이 참여한 서명부를 전달했다. 조 위원장과 원 시장 등은 경제성과 수도권 인접성을 고려해 아이스하키경기장을 원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강원도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조덕희 위원장은 "아이스하키 경기장 재배치를 바라는 원주시민들의 염원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으며 원 시장도 "15일간 대회를 치르기 위해 그 많은 예산을 들여 경기장을 강릉에 건립한 후 또 다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옮길 것이라면 애초부터 재배치하는 것이 옳다"면서 "아이스하키 경기장이 반드시 재배치될 수 있도록 강원도가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이전까지 재배치 불가입장을 고수해 온 최 지사도 한 발 물러서 사안을 재검토하고 강원도가 중재 역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지사는 "조직위원회 결정사항이었기에 그동안 강원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도청 앞 궐기대회에 이어 오는 23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앞에서도 궐기대회를 예정했던 범대위는 일단 조직위의 요청에 따라 상경집회를 잠정 연기한 상태다. 범대위측 관계자는 "최근 조직위로부터 '집회를 자제하고 내달 1일 범대위 대표단만 참석한 가운데 면담을 갖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내부 논의결과 일단 만나보자는 의견이 많아 조직위와 면담을 갖고 그 결과에 따라 추후 대응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아이스하키 경기장 원주유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범대위는 지난 18일 원주를 방문한 안철수 후보측에 건의문을 전달한 데 이어 앞으로 다른 대선주자들에게도 아이스하키 경기장 원주유치 당위성을 담은 건의문과 원주시민 11만명이 참여한 서명부를 전달하고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시민들의 결집된 의지를 알리기 위해 시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전개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고영식 범대위 추진실무단장은 "원주시민들의 강경한 의지가 알려진 뒤 조직위는 지역 이·통장들에게 호소문을 발송하는 등 물밑에서 회유작업을 펼치고 있다"면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해 대처하겠지만 아이스하키 경기장 원주유치라는 시민들의 염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투쟁의 강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