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면 ‘산들잎’


미술관과 레스토랑 겸한 이색 공간


봄을 무슨 말로 설명해야 하나. 푸르름, 찬란함, 눈부심, 신록, 환희…. 갖가지 형용사를 갖다 붙여도 봄을 마주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럴 땐 황사에 매연으로 희뿌연 먼지 구덩이에서 빠져 나와 산을 뚫고 시원하게 뻗은 길을 달려보자.
10분만 달려 나와도 어찌나 하늘이 푸르고 신록이 우거진지 이렇게 달리다가 어느 순간 바퀴가 붕 뜨면서 하늘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더군다나 신림으로 넘어가는 고개는 왼쪽 하늘 밑에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차까지 지나간다.


여기에 고개 넘어 바로 있는 미술관 레스토랑 산들잎까지 어우러져 이 공간은 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와를 깨 얹은 버섯모양의 둥근 지붕 너댓 개가 다정하게 어우러진 산들잎의 안주인 박마리아씨는 여류 화가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4회 입선, 수채화 공모전 특선 등의 수상과 한국여류수채화가회전, 현대 미술오늘의 현장전 등의 전시회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원주평생교육정보관에서 수채화반 강의도 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국도를 달리다 우회전 해 들어온 산들잎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마음이 새로워진다. 주차장 기둥에 매달아 놓은 작은 스피커 대여섯 개가 클래식에서 샹송까지 음악을 흘려내보낸다.


울림이 좋은 방에 편하게 앉아 볼륨을 높이고 듣는 음악도 좋지만 씽씽 거리며 신나게 차들이 달리는 국도변에서 가늘게 이어지는 클래식 선율을 듣는 것도 참 색다르다. 영화를 찍는 기분이다.


돌을 쌓아 만든 작은 연못은 어찌나 맑은지 헤엄쳐다니는 송어와 미꾸라지를 보고 있노라면 세월이 무상하다. 주변에 잔디, 자작나무, 해바라기, 들국화 같은 꽃나무들을 많이 심었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보자.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닥에서 높은 지붕 꼭대기까지 가지가 무성한 물푸레나무가 곧게 서 있다.


나무에서 좀 떨어진 창가에 앉아 쳐다보면 위벽 창에 달을 달아 놓아 마치 나뭇가지에 달이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광목을 찍어 만든 커튼, 합판을 자르고 흰 페인트를 칠해 만든 소파, 솜을 잔뜩 넣고 역시 광목을 커버를 씌운 쿠션, 삐그덕 거리는 바닥, 기와를 박고 진흙을 바른 바닥…. 모두 박씨가 직접 자르고 박고 꿰매 만들었다. “집 만드는 1년 동안 폭삭 늙었어요.(웃음)” 그런데 왜 그랬나고 묻자 “남의 것과 닮은 것을 싫어요. 지금은 누가 봐도 음~박마리아 분위기야 라고 말해요.” 올 봄 한번 가서 보고, 주인과 얘기도 해보며 박마리아식 분위기를 느껴봐도 좋을 것 같다.


왼편의 미술관에는 박씨의 그림 십여 점이 걸려 있다. 걸려 있는 인물화와는 달리 박씨는 이미지 그림을 그리는 작가. 다달이 작품을 바꿔건다.


그곳에서 직접 그림 지도도 한다고 한다. 수채화처럼 깨끗하게 나오는 정식, 함박스테이크 등 양식과 해물칼국수, 도토리묵밥과 같은 한식도 맛있다.


▷문의: 763-6297
<김보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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