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탐/방 - 영 웅


남원주중학교 후문으로 이어지는 청구아파트 맞은편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빨간 포인세티아가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이국적인 모습의 흰색 3층 집 하나가 나타난다.


곳곳에 공사가 진행 중인 이런 곳에 이렇게 예쁜 집이 있다는 데 기분이 좋아 한번 쳐다보게 되고, 입간판 하나 없는 단정함(?)에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차이니스 레스토랑 ‘영웅’(대표:배경희)이다.


중국집 하면 보통 배달 위주의 속칭 ‘짱개집’ 아니면 붉은색 양탄자에 붉은 벽, 돌아가는 둥근 테이블로 상징되는 중후한 분위기의 ‘요리집’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영웅은 맛으로는 정통중국요리집이면서도 멋에서는 기존의 중국집과는 거리가 멀다.


테이블마다 너댓 송이씩 꽂아 놓은 꽃과 냅킨이 대신한 붉은 색과 새하얀 벽면은 우아하면서도 부담 없이 깔끔하다.


테이블마다 세팅이 돼 있다고 ‘예약 손님이 있나 보네. 나중에 다시 와야겠네’ 하고 발길을 돌리지 마라. 당신이 바로 그 예약된 손님, 영웅이기 때문이다. 상호 ‘영웅’은 “당신을 영웅으로 모시겠습니다” 란 긴 문장에서 따낸 키워드.


영웅이 된 손님들은 서빙 경력 15년의 지배인과 3명의 종업원들로부터 세련되고 기분 좋은 서빙을 받게 된다. 107가지 음식이 든 메뉴판을 들고도 여전히 자장과 짬뽕 사이에서 결정하지 못하는 중국음식 초보자들은 주저 말고 이들에게 도움을 구하라. 연령, 분위기, 건강, 그리고 가격까지 맞춘 다양한 요리를 재료부터 조리법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추천해 준다.


아내를 위로하려는 남편에게 영웅이 추천하는 메뉴는 부기중새우. 중새우에 생감자국수를 말아 익힌 후 양상추, 후르츠 칵테일과 함께 크림소스를 끼얹어 나온다.


고소하고 담백한 감자, 통통한 새우살이 달콤한 소스와 부드럽게 어우러져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봄바람도 이 보다 부드러울 순 없다. 전복, 해삼, 새우 등 고급 해물이 풍부하게 들어간 소스를 튀긴 누룽지에 끼얹어 먹는 누룽지탕, 절에서 수행 중인 스님이 이 냄새를 못 참고 절의 담을 넘었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 ‘불도장’도 이 집의 대표 메뉴.


상어 지느러미, 해삼, 자연송이, 전복, 사슴힘줄, 잉어부레 등을 2시간 동안 찜통에서 조리한 것으로 4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


삼선자장면, 짬뽕 한 그릇에도 과일, 녹차 등의 후식까지 나오니 주머니가 얇은 젊은 연인들에겐 일석이조. 맵고 뻘건 짬뽕이 부담스러운 깔끔한 아가씨라면 ‘하얀 짬뽕’ 굴탕면도 괜찮다. 고추로 매운 맛을 약간 내고, 생굴을 넣어 시원한 맛을 냈다.


식탁에는 단무지와 함께 굴소스와 고추기름으로 양념한 짜샤이가 나오는데 조금씩 집어 먹으면 입이 개운해진다. 영웅은 출장요리도 한다. 인원과 예산, 기호에 맞춰 식단을 구성, 요리를 해가져와 세팅해준다.


1, 2층 전체 72석이며, 2층 특실 귀족은 8인용으로 화장실이 딸려 있다. ▷문의:765-5900
김보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