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 원주시 선거구 분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원주를 포함한 '8개 지역구 분할, 5개 지역구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획정안을 마련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보고했다. 선거구를 245곳에서 248곳으로 늘리고 비례대표도 현 수준 또는 더 증원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정개특위는 오는 13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미FTA 강행처리 여파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지난 8일까지 단 한차례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 1차 시점은 지역구별 선거비용을 확정해 공고하는 날인 지난 3일이며 2차 시점은 예비후보 등록일인 오는 13일이다. 지난 8일 여야가 12일 임시국회를 열기로 전격 합의해 정개특위도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내 논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정개특위가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면서 "지역마다 저 마다의 논리를 개발해 자기지역에 유리한 여론을 전파할 것이고 정개특위는 입맛에 맞는 여론을 취사선택해 그들만의 배분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서구 갑·을·병 3곳 선거구를 2곳으로 줄여야 하는 대구에서는 원주를 천안과 함께 준 수도권으로 분류해 "지방은 국회의원 수가 줄고 수도권만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서구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수도권은 늘리고 지방은 줄이는 선거구 획정은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어려운 지방을 더욱 고사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여수는 여천시와 여천군이 11년 전 여수시로 통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원래 국회의원이 2명 존재해야 하는 곳인데 이번 획정안은 비수도권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청권은 전 정치세력을 결집해 사활을 건 모양새다. 충청권 선거구증설 정치권협의회는 지난 5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방문하고 충청권 선거구 증설을 위한 건의문을 전달했으며 충남도의회 의원들은 세종시 국회의원 독립 선거구 획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주시 분구에 대해서는 희망적인 관측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분구의 당위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주가 안주하고 있다가는 위험하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에 비수도권 지역 의원과 통합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18대 획정안에서도 국회 획정위는 분구 6곳, 통합조정 4곳의 안을 제출했지만 정개특위는 최종적으로 분구 3곳, 통합 1곳으로 결정한 바 있다. 특히 통합 4곳 중 부산 남구 갑·을, 대구 달서구 갑·을·병, 여수시 갑·을 3곳은 18대에서도 통합 대상이었지만 존치돼 이번 19대 획정안에서도 포함된 곳이다. 한나라당 10명과 민주당 7명, 비교섭단체 3명으로 구성된 정개특위에 권영진(서울 노원구을) 김정훈(부산 남구갑) 조원진(대구 달서구병) 김성곤(여수시갑) 의원 등 자신의 지역구가 통합조정대상에 포함된 의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것도 원주에 불리한 조건이다.

19대 총선 출마를 계획중인 A 씨는 "점잖게 앉아서 기다리다가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빼앗긴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원주는 물론 도민과 도내 전 정치세력을 결집해 국회에 원주의 당위성과 여론을 전달하려는 적극적인 대응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원주시 국회의원 2명 선출을 위한 추진위원회(위원장: 황보경)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12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황보경 위원장은 "선거구 획정의 원칙과 헌재의 결정취지를 훼손하는 결정이 예상될 경우 33만 원주시민과 함께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범시민 투쟁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