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초면은 법정리 8개, 행정리 29개로 구성돼 있다. 원주시가 매년 소초면에 지원하는 주민숙원사업비는 3억원이며, 소초면사무소는 행정리 별로 1천만원씩 배정해 주민숙원사업을 시행했다.

농촌지역의 주민숙원사업비 용도는 배수로·농수로 정비, 축대 축조, 농로 포장 등이다. 그런데 1천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일사업을 10년 넘게 끄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10년 걸려 배수로 정비를 마치면 10년 전 공사한 구간을 다시 정비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됐다.

올해 1월 부임한 강응만 소초면장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법정리 별로 대표이장 1명씩 8명과 이장협의회장 및 본인까지 10명으로 주민숙원사업비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뒤 주민숙원사업비 개선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었다. 강 소초면장이 발의한 개선안은 법정리 별로 대표사업을 정해 3천만∼4천만원씩 배정하자는 것이었다. 올해 선정된 마을은 내·후년까지 예산을 배정하지 않다가 4년차에 다시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예산을 규모화 해 사업을 내실있게 추진하자는 취지였다.

이장들로부터는 예상했던 반발이 제기됐다. 새로 부임한 면장이 농촌 실정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장도 주민들에게 내세울 게 있어야 하는데, 마을사업이 선정되지 않으면 이장 낯이 서지 않는다는 핀잔도 들었다. 그러나 강 면장은 강하게 밀어부쳐 동의를 이끌어 냈고, 사업순위를 정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법정리 별로 3천만∼4천만원씩 배정하고 3천만원은 긴급 수해복구비로 남겨뒀다.

소초면, 관행 깨고 내년부터 우선순위 정해 배정 합의
균등배분은 행정편의적…1년이면 끝날 사업 10년 걸려

또한 면장이 바뀌더라도 이번에 정한 원칙은 변함없이 유지하기로 이장들로부터 약속을 받았다. 강 소초면장은 "천만원짜리 사업에 비해 3천만원짜리 사업은 훨씬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사업에 속도가 붙는다"면서 "마을별로 순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누리는 혜택은 종전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 도시동은 사업비 남아 반납하기도 > 
원주시가 매년 읍면동에 배정하는 주민숙원사업비는 모두 51억6천만원이다. 읍면과 통합동(반곡관설동, 봉산동) 3억원, 농촌동(행구동, 태장1동, 태장2동, 우산동, 단구동, 무실동) 1억5천만원, 도시동 1억2천만원 씩이다. 도시동의 경우 도로, 인도와 같은 기반시설이 농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차등을 둔 것이다.

이러한 배분방식이 정착되기 까지는 많은 논란을 겪었다. 원주시의회가 예산을 심의하면서 삭감한 예산을 주민숙원사업비로 편성한 사례도 있었다. 그래서 원주시는 지금의 배분방식이 최적의 조합이라고 평가한다. 원주시 한 관계자는 "현행 구조를 흔들면 시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예산배정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에서 주민숙원사업비를 집행하는 방식은 통·리별로 균등 배분하는 게 주를 이룬다. 민원의 소지가 가장 적기 때문에 행정편의적 측면에서는 가장 낫다고 할 수 있다. 통장, 이장을 통해 주민숙원사업을 취합한 뒤 비슷한 규모로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예산이 찔끔 배정되면서 단일사업이 10년 넘게 시행되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유재산인 아파트 내의 시설물을 주민숙원사업비로 교체하려는 시도도 있는 등 부적절한 집행도 논란이 돼 왔다.

또한 읍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시동에 적게 배정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평등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A동장은 "주민숙원사업비가 남아서 반납했다"고 전했다. 사업비가 부족해 아우성인 농촌과 대조적이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는 원주시가 직접 시행하는 사업이 인구가 많은 도시동에 집중된 탓도 있다. 원주시 사업과 주민숙원사업의 경계가 모호해 논란을 빚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소초면이 내년부터 시행하려는 방식은 과거에 원주시에 시정제안으로 제기된 적이 있다고 한 공무원은 말했다. 이 공무원은 "읍면동 사업순위를 백서로 만든 뒤 매년 수정보완 하면서 시행하면 규모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 "지금 방식은 다분히 행정편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원창묵 시장도 주민숙원사업비를 모두 모아 시급한 사업부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작년 8월 실시한 읍면동 초도순방에서 주민들이 주민숙원사업비 상향을 요구하자 원 시장은 "주민숙원사업비를 모두 모으고 사업순위를 정한 뒤 집중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