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날 과음을 후회한다.
술을 줄이거나 끊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음주 다음날 해장술을 찾는다.
술을 줄이라는 주변사람들 잔소리가 짜증스럽다.

자신이 위 내용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센터장은 "음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거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돼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의학적으로 보면 위 내용 중 한 가지만 해당돼도 문제 음주에 속한다"며 "적정음주에 대한 지식 부족과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음주문화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위 내용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알코올 남용 또는 의존에 해당된다고 신 센터장은 말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들 대다수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지난 2일 거리에서 만난 박모 씨는 위 내용 중 3가지에 해당된다면서도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상태라고 하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외에도 원주시민 10명을 대상으로 확인해 봤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원주시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이 2009년 실시한 지역사회 건강통계에 따르면 응답자 902명 중 59.1%가 월 1회 이상 음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위험 음주율(주 2회 이상 마시면서 한번에 7잔(여자 5잔) 이상 마시는 경우)에 해당되는 사람이 20.2%에 달했다. 또한 AUDIT척도를 이용한 음주자 평가에서는 정상음주율 62.1%, 문제음주율 23.1%, 알코올의존율(남용) 8.4%, 알코올의존율(의존) 6.4%로 성인 10명 중 4명은 음주로 인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조사는 표본검사인데다 평소 습관과 다르게 답변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음주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렇듯 음주문제가 심각한 상태이지만 원주에 있는 알코올전문기관은 2002년 문을 연 강원알코올상담센터(센터장: 신정호)가 유일하다. 게다가 센터를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용자들도 치료 및 입원을 거친 심각한 상태의 중독자들이 대부분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음주문제를 진단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더라도 알코올문제를 가진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상담조차 받지 않고 있다는 것.

센터 상담사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삶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알코올로 인한 문제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 전에 상담을 받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연에 대해서는 개인과 지역사회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반해 음주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며 "음주가 개인의 삶과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음주문화 개선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로 수 십 년간 알코올중독자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신 센터장은 "한국사회는 음주를 과시하는가 하면 본보기가 돼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폭음문화를 만든다"면서 건강도시인 원주시가 앞장서 절주 및 단주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학교가 위탁운영 중인 알코올상담센터는 국·도비와 원주시 지원(15%)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3명이 근무하다보니 적극적인 예방활동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