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자(시인:한림대교수)
꽃샘추위 매서운 봄날
마당귀를 노오랗게 물들인
산수유 꽃은 귀가 밝다
내복도 벗지 않았는데
웬 꽃이 벌써 피었네
가방을 남자가 힐끗거리며 지나가고
학교에 들어와도 즐거운 일 없어
아침에 깨면 머리만 아파,
수업에 지각한 학생 하나 뛰어가고
오늘은 그가 오겠지
이제 다 잘 될 거야, 빨래를 널러
옥탑방에서 나온 여자가 말하고
이 꽃도 다 졌어, 저리로 가자
손을 잡고 복숭아밭 쪽으로 뛰어가는
저편 하늘의 뺨이 바알갛게 달아오른다
● 감 상
대지가 온통 봄 기운으로 출렁거린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의 한 장면을 “산수유꽃의 귀와 입”을 빌어 말하고 있다.
산수유꽃이라는 한 사물이 우리들 삶의 모습을 보고 중얼거린다.
이 속에는 어느 학생처럼 권태로운 모습도 있고 , 옥탑방에서 “뭔가 잘 될 거야”라는 희망으로 중얼거리며 사는 모습도 보인다.
그리곤 어김없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또 다른 곳, 즉 복숭아 꽃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계절의 순환도 들을�수 있다.
우리도 매일매일 새로운 시간을 찾아 두 볼이 바알갛게 달아오르는 다른 하늘을 향해 떠나야 한다.
이 영 춘(시인·전 원주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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