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 부활이후 지난 20년간 원주시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주민자치>입니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아직도 주민자치를 행정과정에서의 주민참여, 실질적인 참여로 이해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참여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주민을 지방자치의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행정업무의 대상이나 수혜자로 인식하는데서 출발합니다.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인공이 아닌 관객으로 전락해버린 상황에서 주민들의 삶과 주민들의 행정참여는 선거과정에서 구호로만 남발될 뿐 선거가 끝나면 다시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할 뿐입니다.

필자는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원주시 민선 5기의 과제는 <민주적인 지방정부> 구현과 <생활밀착형 지방자치> 실현으로 모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습니다. 이런 주장과 관련하여 너무 높은 이상만을 말하지 말고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사례를 말해보라는 반박의견도 있습니다. 하여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한 사례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최근 고양시 최성 시장의 방문으로 화제가 되었던 미국 뉴욕주의 로체스터(Rochester)시 사례입니다. 이 도시는 로컬거버넌스의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도시 재생에 성공한 로체스터 시는 과거 세계적인 필름회사인 코닥, 복사기 전문회사인 제록스 등 다국적기업의 본사와 공장들이 몰려있었고, 5대호 중의 하나인 온타리어호와 연계한 물류거점 도시였습니다. 뉴욕주 안에서도 1, 2위를 다투었을 만큼 크게 성장한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이 도시가 코닥 회사의 몰락과 다국적기업의 해외이전 등으로 대규모 도시에서 소규모 도시로 변화했습니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실업, 빈곤문제가 찾아왔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로체스터 시는 1990년 대 초 도시 재생을 위한 종합개발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계획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로체스터 시의 존슨 시장은 이 문제의 해답을 거버넌스에서 찾았습니다.

NBN(Neighbor building Neighborhood, '마을공동체를 가꾸는 이웃들'로 번역함)이 바로 로체스터 시 부활을 이끈 민관 거버넌스의 요체입니다.

주민들의 손으로 마을을 재생하자는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의 도시재생프로그램이나 마을만들기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와 결정적으로 다른 하나는 바로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계획단계에서부터 주민이 참여합니다.

NBN은 로체스터 시정부에서 직접 도시개발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의견을 풀뿌리 민주주의 형태로 모으는 과정을 통해서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주민들이 도시 재생을 위한 의견을 내고, 이웃마을과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계획을 직접 세우고 이를 진행하였다면 시정부는 이 계획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고 훈련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분권과 참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 36개 마을(Neighborhood)을 10개의 섹터로 나누고 우리의 주민자치위원회와 같은 조직으로 섹터위원회를 구성합니다. 섹터위원회에서는 마을의 조경에서부터 학교건립, 도서관건립, 호텔유치부터 펀드조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획을 세웁니다. 시정부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역공동체 조직인 섹터위원회가 <시민이 주도하는 자치정부> 역할을 한 셈입니다.

도시 재생 문제를 오로지 행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의사결정을 통해 성공시킨 로체스터 시의 사례는 미래형 지방자치(참여민주주의와 로컬 거버넌스로 요약됨)를 꿈꾸는 원주시에 좋은 귀감이 될 것입니다.

박수영 가톨릭농민회 원주교구연합회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