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고 한 유명 정치인의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아마 이 말에는 경기불안에 대한 정부 책임과 함께 안정과 성장의 염원까지도 함축하고 있는 조크라고 생각했다.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원주시의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아니 살림살이가 나아지고는 있을까? 지방자치가 부활하여 시행된 지 20년이 돼 간다.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얼마 전 우리는 성남시의 재정파탄을 목도하였다. 기초자치단체로는 천문학적인 수치의 예산을 기록하며 광역자치단체인 강원도보다 더 많은 예산 규모를 지닌 적도 있었다.

왜 이렇게 잘 나가던 도시가 갑자기 재정파탄에 직면한 도시가 되었을까? 원인은 예산낭비와 근시안적인 재정운영, 방만한 예산운영이 화를 부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 천억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초호화 청사 건립을 추진하다 결국 재정파탄에 이르게 되었다는 지적이 높다.

살림살이인 예산은 시민으로부터 '얼마'의 세금을 거두어 '얼마'를 쓰는가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예산이란 일정 기간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예정적 수치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예산을 바라 볼 때 돈보다는 정책이나 사업에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예산은 '얼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어디에'가 더 중요함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얼마'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과연 적정한 금액이 산출되어 책정되었는가의 여부도 중요하다.

최근 지방정부는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세수의 부족과 정부 서비스에 대한 주민의 요구는 날로 증가하여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주민직선제 도입 이후 서비스에 대한 주민욕구의 분출로 단체장의 선심성 행정이 갈수록 증가되고 있어 지방정부의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 같은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주민의 의사보다는 자기 이익을 예산과정에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지방관료와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어, 주민들의 의사를 예산과정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주민참여 예산제도 도입을 주장하게 되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운영과정에 지역 주권자이면서 납세자인 주민이 참여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주권자인 지역주민의 요구와 선호를 정확하게 반영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좀 더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2011년 1월 현재 248개 지방자치단체 중 103곳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주시의 경우 2007년 시의회에서 부결되었던 이 제도가 2009년 하반기에 와서 '원주시주민참여 등에 관한 기본조례'를 공포하여 예산편성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고, 최근에는 단체장의 추진의지와 함께 실질적인 운영의 내실을 다지려는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민선지방자치는 주민참여의 실질적인 폭이 넓어지고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각종 정책과 사업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는 예산의 편성과정에 주민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주민참여예산제가 특정 지역이나 특정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주민참여로 이뤄진 예산편성이 지출성과의 극대화로 이어질 때 이 제도의 취지가 고양될 수 있고, 원주시 발전에도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