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밀월기간(Honeymoon period)이란 것이 있어 신임 대통령이 업무를 파악하는 약 3개월 동안 언론이 호의를 베푸는데 이 기간 중에는 대통령이 다소 잘못을 해도 언론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미국 뿐 아니라 선거로 선출되는 여타 책임자 그리고 우리나라 지방자치 단체장에게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언론들은 정치인 출신 이광재 강원도지사와 민간출신 원창묵 원주시장의 등장에 대해 그들의 소속 정당에만 의미를 두어 '야당바람'이 불었다고 했을 뿐 이들이 강원도 최초의 비 공직자 민간출신이라는 점은 간과했다.

강원도에서는 지난 15년 동안 도지사를 비롯하여 시군 단체장에 거의 모두 지방공무원 또는 기타 공직자 출신인사가 당선됐고 현재도 여타 시군의 경우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일부 예외가 있었지만 사실상 유사 이래 최초로 공직자 출신이 아닌 비관료 출신 민선 단체장 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도 전체를 관장하는 강원도지사와 도내 제1도시 원주시장이 비 공직자 출신이라는 것은 '야당바람' 보다는 도민이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요구했다는 표현이 더 설득력이 있다. 강원도는 면적은 넓으나 인구가 적은 지역 특성상 도청과 시군 공무원 등 지방공무원의 영향력이 월등히 높다.

도내에서 국민생활과 관련하여 종합적인 각종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집단은 도청을 비롯하여 각 시군이고 별도의 특별한 전문가 그룹도 없음으로 도청이나 시·군청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를 내세우면 그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강원도는 공무원하기 편한 곳이라고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현실에 안주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하고 스스로 도전을 포기하는 등 진취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요즘 지방의회를 통해 과거 공직자출신 단체장 시절 문제점이 속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알펜시아 사업으로 엄청난 부채를 안고 하루에 1억원의 은행이자를 물고 있는 강원도개발공사가 보너스 잔치를 벌이면서 방만하게 운영했음도 밝혀졌다. 또 강원발전연구원의 부실한 연구실적과 조직 비대화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연구를 하지 않은 직무유기론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감독해야할 전임 도지사는 무엇을 했는지?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원주시도 의회에서 행정감사를 통하여 속속 전임 시장 시절의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지만 원일프라자(시민센터 건물) 문제를 비롯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시청 전광판, 재건축 시늉만 하고 방치한 중앙시장 등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경쟁관계에 있는 원주, 춘천, 강릉 등 3개 지역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발전을 시샘하는 경우도 있다. 원주시가 혁신도시로 선정되자 근 1년 동안 불만을 표출하고 시샘을 벌인 춘천의 행태를 원주시민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또 원주대와 강릉대의 국립대 통합에 따른 신 교명에 강릉지역의 억지 논리가 결국 '강릉원주대' 라는 희한한 이름의 대학을 탄생시켜 원주시민에게 치욕을 안겨주고 있다.

전임 김진선 지사는 한때 '변화의 새바람 강원도 세상'이라는 도정 구호를 내 걸기도 했지만 실제 새바람은 없었고 관료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민선5기 원창묵 시장은 물론 지난 9월 2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뒤늦게 업무를 시작한 이광재 지사에게도 밀월기간은 끝난 셈이다. 밀월기간도 끝났음으로 이제부터 새로운 바람으로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비 공직자 출신 단체장의 '새바람'으로 강원도를 선도해야 한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강원도와 원주시를 어떻게 미래지향적이고 정의가 살아 숨쉬는 잘사는 고장으로 발전시키며 시민의 뜻을 시정에 올바로 반영하고 시민의 세금을 아껴 쓰면서 잘 활용하는데 있다. 그것이 대다수 도민과 시민의 희망이요 진정한 기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