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어머니는 유명하다. 어린 맹자의 교육을 위해서 이사를 세 번이나 다녔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일화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난 여름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문화체육부 장관 내정자가 자신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맹모(孟母)의 심정으로 한 일이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가 '맹자 어머니는 위장전입은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녀 교육 때문이다'라고 하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고 또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은 모든 학부모들의 최우선 과제인 동시에 곧 성공한 부모를 증명하는 '부모성적표'처럼 인식되어진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 입시철이 되면 자녀 진학 문제로 많은 학부형들이 고민하고 좌절하고 상처받는다.

그런데 좋은 학교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역사가 오래된 학교? 시설이 좋은 학교? 아니면 소위 일류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 세간에서 중시하는 이런 요소들에는 가장 중요한 주체가 빠져 있다. 바로 아이들이다. 어른들은 그들이 바라는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저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을 무조건 참고 견디라고만 요구한다. 그러다보니 빠른 성장과 성숙이 이루어지는 청소년기에 많은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과 자기 성취감 대신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며 자존감을 잃어버리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소수 몇 %의 엘리트를 키워내기 위해 다수 아이들을 들러리로 만들어 버리는 이런 비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철옹성처럼 견고하게 유지되어 온 이런 비인간적인 구조가 바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 주범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그 방법을 몰라서 모두들 엄두를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 공교육 안에서부터 변화를 추구하며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혁신학교 모델이다.

경기도에서는 이미 여러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확산되어 갈 조짐이 보인다. 우리 지역에서도 내년부터 서원초등학교와 북원여자중학교가 혁신학교로 거듭나게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단지 가르침을 받아야 할 피동적인 존재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혁신학교는 그들 스스로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고 학습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학업 성적 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동적인 존재로서 자존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지역에서도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누는 교사들의 연수가 여러 날에 걸쳐 열렸다. 매번 늦은 저녁시간까지 이어진 이 자리는 다양한 교육 방법과 학교 운영에 대해 고민하는 참석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실천하고 고민하는 어른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분명히 교육은 변화할 것이며 세상은 나아질 것이다. 앞으로 수없는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들에 의해 공교육의 대안이 만들어질 것이다.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런 순수한 노력과 열정에 대해 비난과 폄하를 일삼고 있는 일부의 행태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런 딴죽 걸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교사들의 열정에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