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창묵 시장 공약…위원회 50명 위촉 예정
읍면동 간 예산배분 놓고 설전 불가피 예상

시민들이 원주시 예산편성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주민참여 예산제도가 시행되는 것. 물론 지금까지도 원주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예산을 짰다. 하지만 편성과정에 시민들이 직접 관여하진 못했다.

시민의 직접 참여가 가능해진 건 '원주시 주민참여 등에 관한 조례'가 근간이 됐다. 행정사무 과정에서 주민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주민참여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조례이다. 원주시의회 용정순 의원이 발의해 작년 10월 제정됐다. 이 조례는 예산편성 단계부터 시민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표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정보공개와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시민의 예산편성 참여를 위해 '원주시 예산편성 주민참여위원회'도 구성토록 명시돼 있다. 원창묵 시장이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공약한 것도 빠르게 추진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다.

그러나 처음 시행하는 데다 주민참여위원회 권한, 주민참여예산의 범위 등에 관해서는 명확한 지침이 없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주민참여위원회 50명 구성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법은 주민참여위원회를 통해서다. 주민참여위원회는 지역성, 전문성 등을 고려해 50명까지 위촉할 수 있다. 이중 25명은 25개 읍면동에서 1명씩 위촉한다.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추천하는 주민자치위원이나 읍면동 기관단체장협의회에서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나머지 25명은 비영리민간단체 추천자 및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하게 된다.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주민참여위원회의 권한이다. 주민참여위원회의 결정을 원주시가 전적으로 수용할 것인가가 1차 논란이다. 원주시가 수용하더라도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원주시의회에서 받아들일 것인가가 2차 논란이다. 원주시가 주민참여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업을 우선순위에 배치해 예산을 배정하더라도 원주시의회가 예산 심의과정에서 삭감하면 주민참여위원회의 역할이 무색해질 수 있다.

시의원과 주민참여위원간 관계설정이 어색할(?) 경우 이같은 일이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 주민참여위원회가 결정하는 사업이 전적으로 보장돼 예산이 배정되면 주민참여위원이 지역에서 주도권을 갖게 돼 차기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시의원으로서는 껄끄러운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가 내달 9일까지 한달간 시민들을 대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반영될 지도 고민이다.

원주시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교육, 사회복지, 체육, 청소·환경, 산업·중소기업, 농업 등 각 분야에서 우선 투자하거나 중점 투자할 사업에 관한 의견을 수렴한다. 긴축재정 운영을 위해 투자 축소가 필요한 분야와 내년에 원주시가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업에 관한 제안도 접수한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를 주민참여위원회에 부의할지, 원주시가 임의로 결정할 지가 고민인 것이다.

주민참여예산 61억원 검토

주민참여예산이 많으면 많을 수록 시민의 직접 참여를 통한 납세자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원주시는 읍면동 주민숙원사업비 51억6천만원과 시장 포괄사업비 10억원 등 61억6천만원을 주민참여예산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숙원사업비는 읍면동 별로 배분되는 사업비로, 원 시장은 이를 합쳐 시급한 사업부터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용정순 시의원은 "주민숙원사업비로는 읍면동 민원을 해결할 수 있지만 문화, 체육 등 분야별 민원을 나머지 10억원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조례 취지에 맞게 주민참여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주시는 읍면동 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주민참여예산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타 지자체의 경우 주민참여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업을 가급적 우선순위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수렴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제도가 정착되도록 귀를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는 주민참여위원회가 구성되면 위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예산 전반에 관해 강의할 계획이다.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