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금만으로는 생활비 부족하지만
고령·언어문제 때문에 취업 엄두도 못내

문막읍 건등리 주공아파트에는 40세대에 사할린 동포 78명이 거주하고 있다. 작년 1월 60년만에 고국 땅을 밟았을 때는 80명이었는데 그 사이에 2명이 췌장암, 폐암으로 사망했다.

1년반 동안 고국 생활에 잘 적응했을까? 지난달 16일 주공아파트를 찾았을 때 10여 세대는 사할린으로 떠난 상태였다. 사할린에서 살고 있는 자녀들을 보고싶어 비행기를 탔다고 아파트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전했다.

초인종을 눌러가며 발품을 판 끝에 김덕일(69) 할아버지를 만났다. 예고 없는 방문에 의아해 하면서도 반갑게 맞아준 김 할아버지는 "고국 생활에 낯설기만 한 우리들에게 동네 주민들이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며 만족할 만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며 "가장 힘든 것은 사할린에 두고 온 손자와 손녀, 아들과 딸들을 볼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손자, 손녀를 보기 위해 사할린에 가기 위해선 돈벌이를 해야 하는데 고령인데다 언어문제 등이 겹쳐 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의 경우처럼 이들이 처한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는 월 최저생계비인 1인 50만4천344원, 2인 가족일 경우 85만8천747원이며 그중 각각 8만2천원, 13만9천원 가량이 전기세, 수도요금, TV수신료 등으로 빠져나간다. 실질적으로 받게 되는 금액은 각각 42만원, 73만원 정도인 셈. 특별생계비로 7만5천원 정도가 더해지지만 일부 사할린 동포들은 부족함을 느낀다고.

수급비가 부족해 일을 하려고 해도 사실은 어렵다. 사할린 동포들의 연령은 27년생부터 54년생까지 평균 65세 정도. 고령으로 일을 하기 어려울 뿐더러 한국말이 서툴러 의사소통도 쉽지 않다. 일을 한다고 해도 한달 월급이 수급비 정도를 상회하는 정도. 수급비 이상 급여를 받게 되면 수급비를 받을 수 없어 사할린 동포들은 일 하려는 엄두를 못내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지역사회와 어울릴 만한 환경이 부족하다는 점. 문막읍사무소 관계자는 "문막지역은 시내권과 달리 문화·복지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며 "시내 문화·복지시설을 이용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들에겐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주민, 민간·사회단체 및 명륜종합사회복지관, 노인종합복지관 등 복지시설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들의 고단한 삶을 달래기엔 아직은 부족한 수준. 사할린동포들을 진정한 우리사회의 일원이 되게 하려면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동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