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알펜시아 사업이 심각하다. 그런데 강원도내 거의 모든 언론이 약속이나 한 듯 알펜시아 사업 위기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강원도 재정이 거덜 날지 모르는데 이를 비교적 가볍게 취급하거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책임문제는 거의 거론하지 않고 있다. 알펜시아는 궁극적으로 사업의 성패가 문제이지만 강원도가 100% 출자하여 설립한 지방공기업 강원도개발공사(강개공)의 문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강개공의 지나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알펜시아 사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강개공은 1997년 설립과 함께 강원도 고위 공무원 출신 2명을 각각 1,2대 사장에 임명했으나 매년 적자에 허덕이자 경영혁신을 이유로 2001년 7월 대기업 사장출신 최모 씨를 3대 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런데 최 사장은 업무를 파악한 다음 강개공은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2003년 3월 최 사장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강개공에 노조까지 생겨 갈등을 빚자 미련 없이 사표를 내고 떠났다. 지난 얘기지만 강개공은 최 사장이 지적한대로 할 일이 없음으로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어야 했다. 그리고 최 사장이 떠날 때 강개공을 해체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진선 지사는 2003년 9월 자신의 비서실장 박세훈 씨를 후임 사장에 임명하고 알펜시아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박 사장은 취임당시 30명 수준이던 구성원을 158명으로 급격히 늘려나갔다. 그러나 핵심 수익사업인 빌라와 골프회원권 분양실적이 저조하여 초반부터 사업전망이 어두웠다. 이에 강원도 의회가 2005년부터 여러 차례 분양실적 공개를 요구했지만 사업전략 또는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계속 공개를 거부했다. 그런데 5년여 동안 사업을 주도해온 박세훈 사장이 갑자기 2009년1월 사표를 내고 해외로 떠났다. '잘 돼간다'고 되 뇌이며 분양실적 공개를 거부해 오던 박 사장이 무책임하게 사퇴하고 도망치듯 해외로 출국한 것이다.

강원도는 다시 대기업 CEO 출신 조방래 사장을 영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나아진 것이 별로 없고 지난 3월 정부가 공사채 500억 원의 상환을 3년간 연장해줘 간신히 부도위기를 넘겼다. 전체 6천여억 원의 차입금 가운데 금년 말까지 1천900억 원을 상환해야 하고 현재 하루에 이자만 1억 원을 물고 있다. 현재로선 동계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지만 유치한다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또 강개공은 앞으로 개장(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1천500억원의 유동성 자금이 더 필요하여 정부에 기채 승인을 요구 할 것이라고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말이 떠오른다. 여전히 주력사업인 빌라와 골프회원권 분양 실적이 저조하여 돈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돈만 먹는 하마가 된 꼴이다. 이 때문에 유사이래 강원도 최대 재정 위기가 예상되고 앞으로도 분양이 쉽지 않을 것 같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알펜시아는 사업을 선정한 것도 김지사이고 사업 주체인 강개공 책임자로 박 사장을 임명한 것도 김 지사 임으로 당연히 알펜시아의 모든 책임은 김 지사가 져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책임론은 사실상 실종상태이다. 도내 언론들이 약속이나 한 듯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그냥 덮어줄 일이 아니다. 엄청난 재정상의 문제도 그렇거니와 그런 대규모 사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면 지방자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김 지사가 도지사를 3차례 연임한 것은 개인적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알펜시아는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고 실패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실패한 시책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으면 다음 도지사나 여타 단체장들도 무책임한 시책을 무모하게 추진하거나 '아니면 말고' 식 시책을 펴기 쉽다.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김 지사에게는 안됐지만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고 임기내에 김 지사 본인의 사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