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지도자 중에는 보통 두 부류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기관장이 되자마자 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내부에만 머물며 작은 일 하나하나에 매달리는 내부지향적인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당장의 작은 실수는 줄일 수 있지만, 대외관계 발전과 미래의 큰 그림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어 내부불만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또 다른 유형은 대외 약속을 많이 잡거나 각종 행사참석에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외부지향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단체장의 대외활동은 매우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지만, 이것이 과하면 대외관계 스케줄에 휘둘리게 되고 이것이 계속되면 내부운영은 직원들 세상이 되고 만다. 따라서 단체장은 내부와 외부관리 두 가지를 적절히 잘 혼합해서 안팎을 균형있게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당선자 중에서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이 유념해야 할 다섯 가지 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당선자는 자기자신의 프로그램을 가져야 한다. 당선자의 프로그램은 정책공약이다. 물론 일부 공약은 선거를 의식해서 급조한 것도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약은 선거과정을 통해 주민에게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잘 다듬어 자신의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따라서 자신이 약속한 공약을 재정리해서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를 소홀히 하면 나중에 주민평가는 물론 시민사회나 여론 및 관련학계 등으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둘째, 당선자는 공직사회에 포획되지 않도록 늘 자신의 철학과 정책실현 의지를 유지해야 한다. 내부공직자들은 당선자보다 공직사회에 대한 경험과 인적네트워크가 많을 수 있고,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역량에 매료되어 쉽게 의지하여 정책을 맡겨버리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내부공직자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취임하는 당선자의 생각이나 프로그램을 바꾸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획되기 시작하면 자신의 프로그램을 실천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당선자는 자기자신의 프로그램을 실천할 수 있는 실천기구를 만들어 작동시켜야 한다. 개혁위원회로 부르건 혁신조직으로 칭하건 명칭은 차치하고, 자신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심의하며 실천을 독려할 수 있는 전략조직이 필요하다. 적절한 규모의 한시조직을 만들고 해당 분야의 대내외 전문가들과 시민대표들을 초치하여 선거혁명이 요구하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넷째, 넓은 마음으로 다양한 인재를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정치에서 지지자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지지자만 챙겨서는 결코 안 된다. 편을 나누고 피아를 가리면 문제해결은 어려워지고 갈등의 골만 깊어져 궁극에 가서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따라서 당선자가 취임하게 되면 당선자의 여유를 가지고 지지하지 않은 세력까지도 끌어안고 가야 하므로 각종 인사와 정책관리 등에서 탕평책을 펼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체장은 바쁜 가운데서도 혼자 묵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바쁜 스케줄을 조정해 조용히 묵상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창의적인 사유를 할 수 있고, 겸손히 되돌아보며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하고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것을 공직봉사로 착각하며 지내면 그 착각의 비용은 자신은 물론 주민들에게까지 큰 피해가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