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장동은 섬이다. 주민들 소비생활은 이 섬을 벗어나지 않는다…태장섬에서 서민적 생활고 애환을 함께 나누며 북적인다"

조선조 17대 성종왕은 '숙의 홍씨'가 공주 '복란'을 낳자(1486) 산 좋고 물 맑은 원주읍 명당에 태를 묻고 공주의 무병장수를 빌었다. 태장동은 공주 '복란'의 태를 묻었다하여 태장(胎藏)이라 불려지게 되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우리 강토의 모든 지명이 그랬듯이 태장(台庄)으로 발음만 남고 그 유래는 사라지게 된다. 1990년 원주시는 하필 '복란공주'의 태실이 있던 산봉우리를 개발업자에게 아파트 부지로 제공했다. 건설업체는 산봉우리를 밀어 붙이고 그 자리에 태봉우성2차아파트를 건축한다. '복란공주'의 태실은 해체되어 태호와 태지는 동국대학박물관으로, 태실은 춘천박물관에 그리고 태실비는 우성2차아파트 단지로 뿔뿔히 흩어진다.

지금도 '국제도시'라는 간판이 엉거주춤 시선을 맞이하는 태장동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과 군부대를 대상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마을로 정착되었다. 70년대 대규모로 미군이 철수하기 이전 태장동의 밤거리는 또 다른 공주들의 비련의 무대였다. 그 시절 풍경을 희미하게 연상하는 밤거리에는 단절된 지명의 유래와 흩어진 태실을 애도하는 복란공주의 흐느낌인 듯, 국제도시 태장동 밤거리에 흐르던 부루스 음률인 듯, 희미한 환청이 취객의 귓전에 젖어든다.

부대가 많은 태장동 군부대의 장기복무자들이 영외거주지로 조촐하게 자리잡은 거처는 그들에게 원거리 출타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진하게 결속했던 이웃들과의 소박한 어울림이 태장동 사람들의 소비성향에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태장동은 섬이다. 주민들의 소비생활은 이 섬을 벗어나지 않는다. 토박이 마트도 원주에서 이곳만 성업 중이다. 섬은 배타적이다. 그들은 토박이 근성이 강하다. 토착민의 입장에서 미군은 물론 우리 군대조차 외세이자 지배 권력으로 간주되어 주민들의 배타적 행동양태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오늘도 '북원상가' 뒷골목은 시간이 멈춘 채, 모퉁이 양품점이 종일 졸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태장동 사람들은 오늘밤도 태장섬에서 서민적인 생활고의 애환을 함께 나누며 북적인다. 그래서 이곳은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목이 좋은 상권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 출신 시의원이 압도적인 몰표를 차지하는 득표 현상에 빗대어 '태장공화국'이라는 말까지 회자하게 되었다. 물론 당사자의 노력과 헌신적인 의정활동의 결과에 따른 것이겠지만.

6.2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지역의 행복한 발전은 유권자의 참여와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지역의 정치판이라지만 지방자치의 의정활동 역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관"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자연을 성형수술해서 가짜 미인으로 만들어 재앙을 부르지 않으며 자연과 사람, 또한 사람과 사람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권자는 "헐벗은 서민의 기본적인 생계보전과 결손 가정 아이들의 정상적인 사회 진입을 위한 교육복지정책"을 독려하며, "마을의 전통과 소박한 문화유산을 보듬는 장기적이고 세심한 배려의 생활문화정책"을 펼치도록 주문해야 할 것이다. '복란공주'가 아닌들 어떠랴마는, 우리의 귀한 자손의 태를 가슴에 묻으며 그들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하는 모든 부모의 염원을 모아 6.2 지방선거에서 담아내야한다.

선조들의 숭고한 피와 땀을 뿌린 원주의 고을과 고을들이 거룩한 땅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6.2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