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오래전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백인들이 원주민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것저것 가르친 후 시험을 치르게 했다. 백인 선생님은 아이들 책상 사이에 책가방을 올려놓게 했다. "왜 책가방을 올려놓지요?" 한 아이가 물었다. "왜긴, 남의 것을 못 보게 하기 위해서지." 선생님이 대답했다. 잠시 웅성거리던 아이들 중 하나가 난처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선생님, 저희들은 옛날부터 어려운 문제를 풀 땐 서로 도와가며 해결했는데요, 어쩌죠?"

이 일이 진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지어낸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이 짧은 이야기는 친구와 동료들을 누르고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든다.
　
이야기 둘, 일요일 저녁 우연히 교육방송에서 <세계테마기행> '용감한 형제 인도네시아 모험기'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젊은 형제 둘이서 인도네시아의 오지들을 찾아다니는 체험기였는데, 2부 '바다가 준 선물'에 나온 이야기다. 섬사람들이 배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로 나가 참치 잡이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독특하다. 밑밥을 잔뜩 뿌려 고기떼가 모여들게 한 다음, 막대기에 줄을 매달은 허름한 낚싯대를 바다 속에 넣었다 올리면 한 마리씩 걸려 나온다. 옆에서 구경하던 형제 중 하나가 "고기가 이렇게 많으니 그물을 던져서 잡으면 더 많이 잡을 수 있지 않겠냐?"고 물었다. "우리는 전통의 방식을 존중하고 또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고기의 씨를 말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잡고 있다."고 낚시하던 사람이 대답했다.

우리라면 어땠을까? 쉬운 방법으로 한꺼번에 더 많이 잡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이 중요하지 나중 후손들 사정을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 같은 건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우리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더 잘 살고 있었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필요하지 않아도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하려고 경쟁해야하는 우리의 삶은 불행하다. 자기 자신과의 경쟁은 내면의 성찰을 통해 사람을 성숙시키지만 타인과의 경쟁은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황폐하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그런 교육을 시키고 있다.

온 나라의 학교와 교사, 학생들을 줄 세우는 소위 일제고사는 많은 부작용이 드러났음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이런 시험의 비교육적인 문제를 지적하던 용기 있는 교사들은 징계를 받거나 학교에서 쫓겨나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근래에 우리 원주의 각 중학교에서는 슬그머니 강제 '방과 후 학교'와 '자율학습'이 부활했다. 명목상으로만 자율선택이지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강제로 참여시키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비교육적이며 비효율적인지 어른들은 안다.

현실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잘못된 시스템인 줄은 알지만 이게 대세이고 상부 기관의 정책이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건 너무 민망한 일이다. 지방자치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장밋빛 비전을 제시하며 여러 사람들이 교육감, 교육위원 후보로 나서고 있다. 보다 인간적인 지역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지역 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지연과 학연을 뛰어넘어 그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철학에 관심을 갖고 면밀히 검토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