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부터 설과 추석 등 명절을 전후해서 재래시장 상품권을 활용하자는 언론보도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올 설에도 역시 등장했고 일부 언론은 상품권 판매가 과거보다 많이 늘어나 상경기에 크게 기여하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재래시장 상품권 판매상황을 눈여겨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재래시장 상품권은 2005년 8월 30일 중앙시장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원주시가 중앙시장 장터에서 성대한 기념식을 갖고 도내에서 가장 먼저 발행했다. 원주시는 이날 관내 7개 재래시장 900여 가맹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10억원을 발행했다.

그런데 원주시 상품권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이전에 발행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상품권 발행은 일부 특정 집단의 영리행위를 위해 공공예산을 사용하는 것임으로 논리상 설득력이 부족하고 공정거래상에도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시법(2016년)인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2006.4.28)하여 상품권 발행에 필요한 특수 인쇄비와 관리비 등을 자치단체가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이에 강원도가 2007년 원주시에 이어 역시 10억원의 상품권을 발행하여 현재 원주시내에는 2가지 상품권이 유통되고 있다.그런데 앞서 언급한대로 명절을 전후하여 상품권이 잘 팔려나가 재래시장 상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처럼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는데 정말 그런가? 한마디로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황당한 자기도취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모습이다.

원주시의 경우 2005년 발행 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누적 판매액이 5억원에 불과하여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그 허상을 쉽게 알 수 있다. 4년 동안 5억원이면 1년에 평균 1억3천만원, 한 달에 1천만원, 하루에 30만원, 좀 후하게 쳐서 하루 40만원이다. 원주시내 전체에서 하루 40만원 상품권이 무슨 상경기에 도움이 된단 말인가?

그런데 원주시가 2008년 5천600여만원에서 2009년 1억2천700여만원으로 판매액이 200%가 넘게 증가했다하여 호들갑(?)을 떨고 그것을 일부 언론이 받아 보도하고 있다. 숫자 놀음일 뿐 하루 40만원에서 80만원이 되고 100만원이 되어본들 무슨 효과가 있는가? 시장 상인들에게 물어보라. 무슨 말이 나오는가? 상품권으로 중앙시장이 살아나겠는가? 강원도가 발행한 상품권도 2년여가 지났지만 도내 전체에서 역시 5억원이 판매됐다고 하니 오십보백보이다.

그동안 판매된 것도 명절 때 관공서 등의 불우이웃돕기용 단체구매가 대부분이며 공공근로자들에게 임금대신 지불하여 불편을 가중시켜 불평을 사기도 했다. 더욱 황당한 일은 강원도가 이번 설을 앞두고 10억원의 상품권을 추가로 발행하려 했으나 조폐공사에 늦게 인쇄를 주문하는 바람에 설 이후에나 새 상품권이 나온다고 한다. 공직사회의 안일한 자세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는 말 뿐인 것이다.

상품권은 행정실적 등 업무보고에 단골로 등장하여 그럴듯하게 '쇼' 역할을 했을지 모르지만 상경기에는 아무 도움도 없었고 조폐공사 인쇄비와 관리비에 적지 않은 예산만 축내고 있다. 상인들이 요구한 것도 아닌 재래시장 상품권은 처음부터 안 되는 일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결론은 나와 있다. 하루빨리 사업을 끝냄으로서 추가 경비라도 줄이는 것이다. 물론 전시행정 '쇼'도 함께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