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1월, 원주시 인구는 31만 명을 넘어섰다. 30만 명을 넘어선지 2년 만에 일만 명이 더 늘었다. 계속 이런 추세로 간다면 '인구 50만 도시'가 되는 것은  정말 시간문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지금 원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살지 못하게 하는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교통 문제이다. 늘어난 인구만큼 차량도 늘어났고 그만큼 상습적으로 정체되는 구간이 늘어났다. 제한된 도로 위에서 체증이 심해질수록 운전자들의 짜증도 늘어났으며 그에 비례해서 무질서도 증가했다. 교통 법규와 예절을 무시하고 신호 없이 끼어들거나 급차선 변경하기, 난폭 운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출퇴근 시간에 쫓기는 서울 근교 수도권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이 거칠다더니 원주가 요즘 그러하다.

물론 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해서 도심에 몰리는 차량을 분산시키려는 지자체의 노력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남북축과 동서축을 빠르고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는 시내버스 환승체계를 도입하거나 배차 간격을 축소해서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두번째는 도시 불균형 발전 문제이다. 신도시가 건설되고 시청이 옮겨가면서 원주의 서남부 지역은 인구 밀집도가 늘어나고 고층 건물들이 들어섰다. 새 도심권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구 도심권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원일로와 중앙로 일부 구간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학성동, 원인동, 중앙동 등 전통적인 도심공간과 터미널이 빠져나간 우산동은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적 활력을 잃고 있다.

봉산동, 태장동 같은 동부 지역은 깊은 소외감에 빠진 지 오래이다. 도시의 성장이 이렇게 지역적으로 불균형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큰 문제이다. 한 도시 안에서 특정 지역이 느끼는 소외감과 박탈감이 커질수록 화합은 어려워지고 이는 곧 원주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역 주민들이 알아서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슬쩍 떠밀고 말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요 관공서들이 옮겨 간 새 시청을 따라 줄줄이 이사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책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구 시청이 떠나버린 일산동에 원주시건강문화센터가 입주하면서 잃었던 활력을 부분적으로 되찾고 있는 사례를 눈여겨 볼 일이다.

세 번째는 자연녹지 공간이 사라지고 있는 문제이다. 원주처럼 도시와 농촌이 복합적으로 아우러져 있는 공동체는 장점이 크다. 작은 야산과 도심 주변의 논, 들판 등 녹지 공간은 시민들의 중요한 정서적 쉼터이자 에너지 충전소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의 원주는 많은 녹지가 사라졌다. 봉화산이나 배부른산에 올라보면 도시가 온통 회색 건물들로 빽빽이 들어차 버렸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여유가 없는 공간은 사람을 정서적으로 황폐하게 만든다. 갑자기 규모가 커지고 인구가 늘면서 콘크리트 건물이 자연 녹지를 덮어버린 몇몇 도시에서 급속하게 강력범죄 발생률이 늘었던 것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숲을 밀어버리고 논밭을 갈아엎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세우는 것만이 발전의 척도가 아니다. 오히려 수도권에서는 충분한 자연 녹지를 확보하고 있는 주거 단지의 경제적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원주도 도농복합체로서의 장점을 살려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이제부터라도 작은 숲, 녹지 하나를 허투루 보지 말고 생태적 환경을 고려하며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인구 50만 도시에 대한 비전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골고루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를 모색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