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는 늘 따뜻하고 우리를 예뻐만 해주신 아주 좋은 분들로 기억하고 있다. 엄마에게 혼날라치면 몰래 숨겨주기도 하셨고, 엄마를 혼내주시는 대장이기도 하셨으며, 우리들 편을 많이 들어 주셨다. 특히 할머니께서는 고추장, 된장 담그실 때, 증조모에게 눈물, 콧물 흘려가며 배우셨다던 전통방식을 고집하셔서 어머니께서 힘들어 하신 기억이 난다.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께서는 시부모 공양하며 아이들을 키우셨고 할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늦게까지 일을 하셨다. 그 분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힘든 시기를 사셨으며, 오로지 식구들의 안위를 위해 모든 것을 참고 희생적인 삶을 살아온 분들이다. 이제 나이가 든 이분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할 때다.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젊어서는 생활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대부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 들어 주어지는 일자리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하다고 한다. 지금의 노인들은 무기력하게 놀며 지내는 것 보다, 일을 하면서 건강도 유지하고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생활하려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 이는 활기찬 노후를 꿈꾸는 노인들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일자리마저 건강한 노인을 외면한다면 노후생활은 결코 행복하지도 건강하지도 보람되지도 않을 것이다. '웰에이징 매뉴얼(Wellaging Manual)'의 저자 박상철 교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웰빙(Wellbeing), 사람이 사람답게 죽는 것은웰다잉(Welldying), 사람이 사람답게 늙는것을 웰에이징(Wellaging)"이라고 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움직여라, 적응하라, 정확하라, 느껴라, 생각하라"라는 5가지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움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을 한다면 노인들의 웰에이징을 훌륭하게 실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원주시도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 일자리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어르신들이 많이 선호하며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일자리가 넉넉하지 못하고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고령사회 주역인 어르신들에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관심이 모아져야 되겠고, 노인세대가 사회에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생각은 하루속히 불식되어야 하겠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나라 노인인구도 전체 인구의 약 10%인 500만 명이나 된다. 원주시만 해도 65세 이상 노인이 3만3천명이 넘는다고 하니 10.7%나 된다.

적자를 흑자로 만들어내고 있는 남이섬 CEO를 생각해 본다. '실버천국'이란 이름을 만들어낸 남이섬 인사규칙은 직원을 뽑을 때 나이, 학력, 경력은 묻지 않는다고 한다. 신입이 60세이고, 부지런하고 정직한 직원은 80살까지 정년보장에다 평생고용까지 한다고 하니, 한 CEO의 경영철학이 만들어낸 발상의 전환이 꿈같은 평생고용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어르신들의 연령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원주시에 거주하는 지역 노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담기구인 '원주 시니어클럽' 개소 준비는 그래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어려운 시대를 잘 극복하고 경제도약을 이끌었던 어르신들의 큰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서 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원주 시니어클럽이 개소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이에 따라 노인들에게 알맞은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노인복지는 의료보장문제, 빈곤문제, 주거보장문제, 사회참여 및 여가활동 등인데, 이 모든 것을 포함해 노후의 삶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일은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노인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면 고령화가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 하게 될 것이고 예비 실버들도 앞장서서 행복한 노후를 위한 노력과 대비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어르신들이 원주 시니어클럽에 거는 기대가 클 것이다. 관계자들은 하루 빨리 클럽을 활성화시켜, 노인의 능력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아낌없는 수고를 부탁드린다. 다시 한 번 원주 시니어클럽 창립을 크게 환영한다. 노인이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고, 사회가 행복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행복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