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고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인사를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등의 인사를 주고받는다. 어느 분은 "부자 되세요", "돈 많이 버세요" 라는 인사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새 해가 되어 올해는 지난 해 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자신도 바라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기를 기원하며 인사를 한다.

요즘 우리의 삶은 무척 풍요로워졌지만 그만큼 편안해 보이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살인, 자살, 사고 등등의 끔찍한 사건들이 신문지상에 하루 멀다하고 나와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고 또 자기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평생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뜨린다. 우리들 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들이 인간의 생명을 파리 목숨 보다 못하게 여기는 인간성 상실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은 나만의 우려일까.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의 양극화로 물질적 풍요 속에 사치스러운 삶의 뒤에서는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는 어려운 사람들이 빈곤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리고 산업화에 따른 환경파괴 또한 심해져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만이 우선시 되어 인간적 정이 없는 기계적인 각박한 사회에 살고 있다.

병원에 오시는 한 어르신은 평생 고물 수거하며 아들을 대학까지 보냈고 지금 그 아들은 군 장교로 있으나 자식한테 신세지기 싫다며 80이 다되신 고령에도 불구하고 고물 일을 계속 하고 계신다. 할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오시면 항상 같이 동행하여 서로 걱정하고 위해주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두 분의 모습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나도 나이가 들면 저래야지 부러워지기도 한다.

물질 위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와 존재를 생각하며 물질과 행복을 고민할 때 해답을 주는 것은 인문학적 접근일 수 있다.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 등을 일컫는데, 문학적 여유와 풍요로운 마음을 갖고 역사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스스로 성찰하게 해준다. 자아정체성, 자긍심 등이 더해진다. 이러한 인문학적 정신이 동반 되지 않은 물질적 풍요는 모래위의 누각같이 진정한 인생의 행복을 줄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서울에서는 인문학 강좌가 인기리에 진행 중이다. 원주에서는 3년 전에 원주문화원에서 고 김충렬 교수의 시민철학강좌가 있었고 지금은 그 제자들이 강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무위당 기념관과 박경리 문학공원, 무료급식소 십시일반에서도 인문학 강좌가 작년까지 있었다. 원주가 역사적으로 볼 때 고려·조선시대의 운곡 원천석, 우담 정시한, 관란 원호 같은 대 문학가 및 유학자 충신들이 있었고, 항일독립운동의 중추적인 도시였고 또 현대에 와서는 지학순, 박경리, 장일순, 김충렬 같은 정신, 문학, 예술, 학문의 큰 지도자들이 많았던 문학과 철학, 충절이 깃든 지조 있는 도시이다.

새해에는 이러한 문학, 예술, 철학 등의 인문학 강좌들이 더욱 활성화되어 시민들이 지역적 자긍심을 갖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