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소처럼 느리지만 한국사회가 조금씩 성숙해가는 사회가 되길 소망하며 시작했던 한해다. 그러나 연초부터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던 것 같다. 국가차원에서는 인터넷 기고가인 미네르바의 구속을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서거, 국가인권위축소, 김대중 대통령서거, 4대강사업의 강행과 국회파행, 세종시 원안 백지화, 시국선언교사 징계, 공무원노조 불인정, 쌀값하락과 농촌불안, 미디어법 강행과 국회파행, 서해남북교전, 쌍용차노조파업에 대한 강제진압, 신종플루 대책과 부작용 논란, 최근엔 광우병위험이 높은 캐나다산 쇠고기수입시사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든 정책의 일방적 집행으로 한 시도 마음이 편안하지 못한 한해였다.

원주지역사회 차원에서는 김기열 시장의 청소위탁업체로부터의 아파트무상사용 편의 제공 논란, 구학리 골프장 갈등, 서곡리와 동화리 군부대이전을 둘러싼 갈등, 교도소이전에 따른 봉산동주민의 반발, 건등산 자동차산업 단지건설과 관련한 건등산중턱의 도로건설 논란, 봉화산 제2지구 택지조성사업 착공과 30층 아파트허용 논란, 문화재단설립을 둘러싼 논란, 첨단복합의료단지 탈락, 공무원 노조 원주시 지부 사무실강제폐쇄,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지대 정 이사 선임문제 등 크고 작은 갈등과 논란이 있었다. 물론 긍정적인 내용들도 많았다. '주민참여 기본조례'의 제정, 봉화산 사유지를 산림청이 다수 매입함으로써 시민공원을 가능케 한 일, 서곡리와 회촌리 마을의 작은 축제 성공, 최근에 시의회를 통과한 '원주푸드 조례'제정 등은 그나마 어두운 한해를 조금이나마 위로를 해주는 성과이다.

노자 도덕경에는 네 가지 지도자의 상이 나온다. 첫째 백성들이 왕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사는 나라가 제일 좋은 나라이다.둘째 왕이 백성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나라가 두 번째 좋은 나라이다.셋째 백성이 왕을 무서워하는 나라가 세 번째 좋은 나라이다. 넷째 왕이 백성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는 나라가 네 번째 좋은 나라이다.

나라 차원에서나 지역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모시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라 차원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백성들이 희생은 치르고 있지만 박정희 시대나 5, 6공화국처럼 대통령을 무서워하는 것 같지도 않다. 더불어 지역사회에서는 어떤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그런데 기실 백성의 입장에서는 지금 현실이 어렵고 어떤 지도자를 모시고 있느냐 보다도 앞으로 첫 번째나 두 번째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모실 가능성이 있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그것은 현재의 어려움과 희생을 이기는 희망과 관련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가 현실에 절망하는 이유는 아마 그 희망의 불확실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한 사회의 건강성은 지도자 보다는 백성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도자 탓만 할 문제도 아닌 것 같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와 광역단체장, 교육의원과 교육감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향후 4년간의 지역공동체를 좌우할 지도자들을 뽑는 해이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보다도 건강한 지역공동체에 기초할 때 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지역의 민초들이 살아서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구성해 갈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세계적인 모순과 국가정책의 잘잘못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이고 그것은 특정한 계급이나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구성원들의 각성의 문제이자 공감의 문제이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공동체적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해를 보내면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을 쓰는 것은 사실 그리 좋은 상황표현이 아니다. 큰 일없이, 어려움 없이 평화로운 시간이 흐르는 공동체가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에 비추어보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