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박경리 선생 조형물 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있는 김지하 시인.

 김지하 시인 박경리 선생 조형물 제막식서 발언 눈길

　김지하 시인이 공식석상에서 원주시의 도시개발과 관련, 의미있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원주에 정착한 김 시인은 그동안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학문 연구에만 몰두해왔다. 김 시인이 공식석상에서 지역사회 현안과 관련,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시인은 지난 2일 고 박경리 선생 조형물 제막식 축사에서 "시장님께 쓴 소리를 하나 드려야겠다"고 운을 뗀 후, "며칠 전 조형물을 미리 보고 온 원보 어머니(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표정이 어두워 물어보니 왼 볼(조형물의)은 환하게 잘 됐는데 오른편 볼은 불만스런 표정이라고 하더라"며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원주가 인구 50만명이 되면 너무 시끄러워 질 것을 염려하신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봉화산 옆에 30층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너무 어지럽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어 왼볼이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원주시 의료기기산업에 3년간 600억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하신 때문"이라고 소개한 뒤, "장모님은 돈 싫어하셨던 분이 아니다"고 부언해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김 시인은 특히, 장남인 원보 씨의 어릴적 이름을 소개하며 "장모님은 저 때문에 원주에 오셨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맏손자 이름에 원주를 담으셨을 만큼 원주를 아끼신 분이셨다"고 회고한 후 자신을 김지하가 아닌 '박지하'라고 거듭 강조하며 고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했다.

　에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김 시인의 이날 발언은 최근 급속한 도시개발이 진행중인 원주시를 향한 뼈있는 메시지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반응. 모 인사는 "최근 발표된 봉화산 2지구 택지개발사업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지역 소식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김 시인의 깊은 학문적 통찰력이 지역사회를 위해 쓰여진다면 원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