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교통 여건이 좋아지면서 웰빙, 로하스, 슬로우 라이프 등 여유로운 생활을 추구하고자하는 욕구와 맞물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도시에 주거지를 갖고 있는 도시민들이 농촌 체험 중심의 실속형 전원주택도 소유하는 멀티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고,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멀티해비테이션이란 용어는 아직 낯설지만 앞으로 많이 얘기될 것 같다. 이는 한국식 표현으로 하면 '두 집 살림 또는 여러 집 살림'라 할 수 있는데, 도시와 농촌, 도심과 교외, 국내와 해외 등 서로 다른 지역에 각각 집을 마련해 양쪽에 모두 거주하는 주거 트렌드를 말한다. 이 중에서 도시와 농촌에 거주하는 형태가 대표적인데, 예를 들면 수도권에 집을 갖고 있으면서 접근성이 좋은 농촌에 작은 전원주택을 두고 주말이나 휴일에 텃밭을 일구거나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도심과 교외에 모두 주거하는 경우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의 대도시에 사는 직장인들 중에는 통근시간을 줄이기 위해 주중에는 직장 근처 캡슐인(Capsule Inn)이나 원룸을 이용하다가 주말엔 교외에 있는 자기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부류가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직장과의 거리 때문에 주말부부로 사는 사람들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주말에 만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나 주중 거처가 도심이라는 점이 다르다.

또한 국내와 해외 양쪽에 거주지를 마련하는 경우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 자녀 교육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휴양 목적으로 해외의 유명 관광지에 별장을 마련하는 경우라 볼 수 있다.

멀티해비테이션의 대표적인 유형인 도농 동시 거주 형태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1960년대 정부가 도시 근로자의 건강과 복지 향상을 위해 정책적으로 주말농장을 적극 권장한 것이 계기가 되어 별장이 딸린 농장 소유가 유행처럼 번졌고, 일본에서는 80년대 이후 산업화에 찌든 도시인들이 농촌에 하나 둘씩 별장형 주택을 마련하기 시작하면서 두 집 살림이 본격화됐다고 한다. 한편 도시화에 따라 농어촌 인구의 감소를 경험했던 미국과 영국에서는 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농어촌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웰빙과 건강의 추구와 함께 농어촌 어메니티(amenity: 농어촌 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유·무형의 자원)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소형 전원주택 개발이나 분양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대개 고속도로 주변으로 서울에서 9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보통 대지 330~660㎡에 주택의 규모는 66㎡ 안팎으로, 분양가가 1억원대로 비교적 싼 게 특징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원주택지 인근에 병원, 마트 등 편의시설과 골프장, 스키장 등 레저시설이 위치하고 있으면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또한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전원형 주택을 찾는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은 조건에 부합한 최적지로 도농 통합지역이자 청정강원의 관문인 원주가 부각될 수 있다고 보기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주5일제가 시작되면서 전개되었던 '5도2촌 운동'(주중 5일은 도시에서, 주말 2일은 농촌에서 보내자는 것)의 체류형 농촌관광 프로그램을 멀티해비테이션이나 귀농을 생각하는 잠재적 거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주말농장식 체험형 농촌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화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잠재적 거주민을 찾기 위한 방안은 인터넷상의 홍보사이트를 통해 사이버원주시민을 모집하거나 도시 기업체와의 '1사1촌' 또는 도시 마을과의 '1동1촌' 자매결연을 맺고 농촌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체 유치를 위해 지자체가 노력하듯이 환경친화형·농촌밀착형의 전원주택단지를 도시계획적 차원에서 조성하여 민간업자에 의한 난개발을 방지하고 지역 특성에 어울리는 에너지절약형 주택 모형도 개발·보급하는데 노력하고 택지 구입에서 주택건립 후 정착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행정절차가 간편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