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확실한 것은 세계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보는 이들 보다는 아직은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아예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많다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였고 위세가 당당하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논리들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경험들이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의 위기는 곧 고용의 위기이고 나아가서는 생존의 위기이다.

과거의 방식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최악의 고용 상황을 보이고 있는 지금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학생들의 취업률을 분석한 어느 전문가가 우리나라는 지금 두 집 건너 한명은 청년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라고 자조적으로 쓴 글을 보았다. 과거처럼 대규모 공사나 국책 사업, 일회성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는 더 이상 실업 문제와 고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또 일자리의 문제가 비단 이번 경제 위기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고도의 경제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에 '고용 없는 성장'이 하나의 일정한 경향이 된 것이 결국 근원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인건비를 줄이고 자동화를 한다고 즐겨 말해왔고, 그것이 결국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고용을 옭죄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역설을 한창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새로운 체계와 질서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어떤 이들은 다시 과거의 모델에 주목하되 퇴보가 아닌 '진보적인 회귀'의 모델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대안의 중심에는 공동체 운동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어렸을 때처럼 마을 중심의 지역 공동체가 다시 구성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서로 돕고 서로에게 열려져 있는 마을의 구성원들처럼 작은 규모 단위로 공동체 운동과 협동의 정신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협동조합(생협)운동이 대표적이고, 대안 신용이라고 불리는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 운동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고, 협동과 상부 상조의 공동체 개념이 강한 지역 화폐운동도 논의와 실천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경제 위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많이 있는데 대표적인 용어가 사회적 경제라는 말이다. 자본주의의 속성과 현상으로 이해되는 무한 경쟁과 이기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건강하고 공익적인 경제를 뜻하는 용어로 위에서 열거한 공동체 운동의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해진 사회적일자리, 사회적 기업이 이러한 사회적 경제를 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일자리는 단순히 일이 필요한 이들에게 일할 기회만을 제공하는 소모적인 사업이 결코 아니다. 사회적일자리 창출 사업이란 철저히 공공의 이익과 무한 경쟁의 논리를 배제한 매우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이에게 열려져 있는 기회이다.

자신의 노력과 희생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 목적이 사회적(공익적)이어야 하며 그 수행이 철저히 공동체적이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가장 열려져 있으며, 타자를 위해 존재하는 이윤 기업의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대안적 경제 모델과 공동체 의식은 더욱 확장될 것이라 본다.

위기가 있으면 반드시 (건강한) 대안을 통한 기회는 있기 마련이다. 경제에 대한 우리 모두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