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여성의 패션과 몸매와 관련하여 '엣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엣지(edge)의 원래 뜻은 '칼날, 가장자리, 날카로움'을 의미하는데, 패션업계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개성있고 독특한 스타일'을 의미할 때 쓴다. 그런데, 최근 한 TV 드라마에서 패션잡지의 편집장역을 맡은 김혜수란 탤런트가 당당한 카리스마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몸매로 뒷받침되는 뛰어난 옷맵시를 뽐내며 '엣지있게'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면서 패션뿐만 아니라 몸매에도 '엣지'라는 용어가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김혜수처럼 가장자리까지 완벽한 몸매를 가진 여성을 가리켜 '엣지녀'라고도 한다. 

여성의 패션업계와 몸매관리에 있어 '엣지'가 유행어라면 현재 정치계와 경제계에선 행동경제학에서 나오는 '넛지(nudge)'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며칠 전 「넛지」라는 행동경제학 책을 공동 저술한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교수가 방한하여 모 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단체 특히 공공기관이 적극 활용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였다. 

'넛지'의 원래 뜻은 '옆사람의 옆구리를 슬쩍 찔러 주위를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탈러 교수가 행동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넛지'는 '타인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개입한다'는 뜻이다.

주류 경제학에서 가정하고 있는 인간관은 사람을 합리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econ)으로 보고 있는데 반해, 행동경제학에서는 유혹에 약하고 오류나 편견 등으로 잘못 선택을 할 수 있는 비합리적 측면도 있는 인간(human)으로 보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주류 경제학보다 훨씬 현실적인 인간관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사람들의 비합리적 결정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택적인 상황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대방의 자유로운 선택을 허용하면서 부드럽게 개입하는 선택설계자로는 정책결정자, 시민단체, 식당주인, 고용주, 선생, 부모 등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자녀의 비만을 해결하려는 주부는 밥상을 차릴 때 몸에 좋은 반찬은 자녀 가까이에, 안 좋은 반찬은 멀리 배치함으로 건강을 위한 넛지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정책결정자가 공공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 점잖게 슬쩍미는 정도로 부드럽게 개입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좋은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넛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규제와 통제 등을 통한 강력한 개입도 아니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방임하는 자유주의도 아닌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넛지'를 활용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 있는 남자화장실의 소변기를 들고 있다. 소변기 밖으로 소변이 튀어나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또는 "청결하게 유지합시다"등의 캠페인식 문구를 붙이지 않고 변기 중앙에 실물 크기의 파리 그림을 한 마리 그려 넣었더니 단번에 80%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아주 간단한 변화를 주어 행동의 결정을 올바르게 유도하는 예를 우리 주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사거리 신호등체계를 시간간격 고정식에서 점멸식으로 바꾸어 운전자의 주의를 보다 더 환기시킨다거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쓰레기 분리장소에 안내방송스피커를 설치하여 정확한 분리를 유도한다거나 대형마트의 출입구에 고객에게 친절하게 인사만 하는 직원을 배치하여 쇼핑도둑을 예방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납세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시도한 것 중 '조세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을 받습니다'라고 하는 것보다 집단동조심리를 이용하여 '주민의 90%이상이 이미 납세의무를 이해하였습니다'라고 안내문을 발송한 경우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넛지'이론을 활용하여 공공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게 되면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다. '넛지'이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국민과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할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공기관들이 학습하여 활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