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연세대 원주캠퍼스 청송관 옆 느티나무 아래서 열린 박경리문학비 개람회에 참석한 인사들이 제막식 후 문학비를 감상하고 있다.

 도자벽돌 16장 독특한 형태 눈길

　"생명은 공평하고 그 자체가 진실입니다. 그리고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일지라도 생명에는 다 존재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예술은 생명에 접근하려는 행위입니다."

　지난 1991~1992년 연세대 원주캠퍼스 국문과에 출강한 고 박경리 선생의 강의노트에서 발췌한 이 글귀가 연세대 원주캠퍼스 교정에 영원히 새겨졌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부총장: 한기수)가 고 박경리 선생 타계 1주기에 즈음해 교내 청송관 옆 느티나무 아래 고인을 기리는 문학비를 세우고 지난 13일 개람회(開覽會)를 가졌다.

　이날 일반에 공개된 문학비는 도자벽돌 16장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형태로, 선생이 학생들과 자주 야외수업을 진행했다고 알려진 느티나무 밑 잔디밭에 내려다 보도록 설치됐다. 원주시가 발주한 '박경리 선생 선양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용역'에 참여했던 안상수 교수(홍익대 시각디자인)가 구상을, 이인진 교수(홍익대 도예)가 제작을 맡아 문화의 조건으로서 자연을 중시한 선생의 유지를 살려 교정의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특히 문학비 건립기금은 국문학과 교수들의 주도아래 연세대 원주캠퍼스 교수 56명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마련해 의미를 더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한기수 부총장은 "고 박경리 선생은 우리대학 국문과에 출강한 것 외에도 1997년 용재 석좌교수로 초빙되는 등 각별한 인연이 있는 분"이라면서 "문학비에 새겨진 선생의 정신이 주는 감흥이 학생들과 대학을 찾는 시민들의 마음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유일한 혈육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문학비가 설치된던 날도 작업이 마무리 될 때까지 지켜봤지만 기념비 자체로도 예술적인 작품"이라며 "어머님을 기억하고 훌륭한 문학비를 세울 수 있도록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자리에는 소설가 최일남·박완서·오정희 씨를 비롯해 한상완 연세대 원주캠퍼스 전 부총장, 최유찬 연세대 교수 등 토지문화재단 이사진이 대거 참석했으며 정찬영 전 연세대 총장, 권순형 원주문협 회장, 고창영 박경리문학공원 소장, 정기용 건축가, 심정수 조각가 등이 함께 했다. 개람회에 앞서 연세대 최유찬 교수의 '박경리 선생의 문학정신을 잇는 길'이란 주제의 강연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