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이 확정된 미군기지인 캠프 롱(Camp Long)의 오염 처리문제가 화두다. 한국전쟁의 휴전 무렵 1954년 1군사령부의 주둔과 함께 '미국군사지원단'의 설치가 캠프 롱의 시작이다. 그러니까 캠프 롱의 원주주둔 역사는 한국전쟁의 흔적과 상처이며 이 상처의 진행은 55년이나 되었다. 그 사이에 어찌 주둔지의 오염만 있었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 안보라는 이름아래 캠프 롱을 통해 이득을 보기도 했고 또한 상처를 입기도 했다.

두 세대가 흘러가는 마당이니 그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캠프 롱의 이전과 함께 지역사회에 제기된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토양오염과 수질오염문제를 누가 언제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대한 문제이고 미군기지가 이전되고 난 뒤 부지를 어떤 용도로 사용 할 것인가이다. 당장의 문제는 기름 유출로 인한 오염문제다. 지난주에 환경부는 원주시에 오염된 토양을 먼저 복구하라는 공문을 보내 이를 집행하려는 원주시와 시민사회단체가 충돌하였다. 이미 전(前) 주에 토양오염에 대한 조사방식과 내용을 놓고 환경부와 원주지역시민사회단체는 공방전을 벌였다.

사실 이 갈등은 너무나 명백한 진실위에 있다. 미군이 우리나라에 진주 한 것도 명백하고 우리 땅을 헐값에 사용하고 오염 시킨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과실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은 미국정부와 군대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국정부가 이를 무마하려 하고 있고 그것도 얼토당토않게 하려는데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세우는 논리는 1953년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이 조약 4조에 근거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 라고 부른다)이고 이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민사회에서 불평등조약이므로 개정을 요구해 왔다. 수차례 개정을 거쳐 많은 진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불평등하고 미군에 의해 한국 시민사회가 피해를 입으면 미군이나 미국정부가 아니라 한국정부가 대신 나서서 허둥지둥하는 주권국가로서는 우스운 조약이다.

이를테면 2001년에 이루어진 2차개정 협상에서 체결 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 명시된 것도 미군의 환경오염보상기준은 'KISE(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키세)'에 한정된 것이다. 즉, '인간건강에 널리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이란 뜻으로 '특별하게 발생한 환경오염사고나 중대한 오염' 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키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한미공동조사절차와 치유원칙을 따르지만, 기지반환에 따른 환경오염사안들은 소파규정에 따라 미국이 원상회복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미군 측의 인식이다. 이는 '급박하고 실질적인', '중대한' 등의 추상적 표현으로 논쟁거리일 수밖에 없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당당하지 못한 정부가 알아서 기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렇다 치고, 피해당사자인 원주시민들은 당연히 미군과 미국 측에 오염물질과 위험성에 대한 정당한 조사와 복구절차, 그리고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며 원주시가 시민의 뜻을 대표하는 자치단체라면 시민사회의 요구를 정부와 미군에 전달하고 해결을 요구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의 중요성은 단순히 토양의 오염문제만이 아니라 지하수가 오염되었다는 것이고 그 물질의 유해성이다.

지하수의 오염은 물줄기와 흐름이 광범위해서 오염정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원주시민의 생명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구도는 원주시민사회와 원주시가 아니라 원주지역사회와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미국정부와 미군에 초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원주시는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해결 과정(Process)을 만들고 제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주시의 이번 행동은 지역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바른 대처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원주지역사회의 합의를 통해 그 땅과 자연을 깨끗한 상태로 조속히 돌려받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