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은 지난달 8일 단구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서 원주시를 상대로 낸 추진위 승인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원주시가 지난 2008년 6월 3일 추진위 설립승인을 취소한 행정처분에 대해 단구동 추진위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던 것. 단구동 추진위는 지난 2006년 5월 24일 주민총회를 거쳐 (주)벽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 6월 12일 공사도급가계약을 체결했다. 판결의 주된 내용은 2006년 5월 24일 도시정비법 개정 전에 추진위가 시공사를 선정한 것과 시공사 선정 및 가계약에 대해 원주시가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단구동 추진위는 도시정비법 개정 전에는 주택재건축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시기가 언급돼 있지 않아 2006년 1월 6일 추진위원회를 설립, 주민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했다는 이유로 추진위원회 승인취소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춘천지방법원은 시공사 선정은 추진위 또는 추진위가 개최한 토지 등 소유자 총회의 권한범위에 속하는 사항이 아니고 조합 총회의 고유권한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원주시가 추진위에 대한 운영실태 및 업무추진사항에 대한 현지조사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한 것을 확인하고도 위반사실을 지적하거나 시정명령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춘천지방법원은 단구동 추진위가 승인취소됐더라도 다시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추진위를 설립 후 원주시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승인취소처분이 공익적 필요성에서 인정된다고 했다. 추진위에서 시공사 선정을 금지하는 것은 조합에 비해 설립이 용이한 반면 감독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점과 비리 발생요소가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시정비법 개정 이전에 시공사 선정시기가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추진위 승인취소 처분은 가혹한 제재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같은 사유로 소송을 제기한 봉산강변, 태장동(새동네), 단구본동, 동주·선아 추진위 판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시공사 선정시기와 뒤늦게 행정처분한 것에 대한 판결"이라며 "다른 소송은 판결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단구동 추진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달 29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이기영 기자k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