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1948년 UN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의 제1조의 내용이다. 인류는 두 번에 걸친 야만의 세계전쟁을 성찰하며 사람이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권리를 실현시키기 위해 UN의 창설과 함께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였다. UN은 1960년 국제인권법의 국내적 실현을 위해 각국에 '특별한 인권기구'의 설치를 권고해 왔다.

한국은 해방 후 분단과 전쟁, 군사독재시대를 거치면서 권력에 의한 수많은 인권침해와 인간에 대한 인간의 폭력과 사회적 차별을 겪고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를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인권기구'로 설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설치과정에서 권력기관과 현 여당의 견제로 인권위의 '조사권 제한' 등의 진통을 겪으며 최소수준의 권한과 인원으로 출범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는 적은 예산과 인원으로 우리사회의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하고 정부를 비롯한 제 기관에 인권개선에 대한 권고, 의견제시, 긴급구제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인권을 크게 신장시켜왔다. 특히 행정부와 경찰, 검찰, 교도소 등 국가 권력에 의해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와 개선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고 평가한다.

지난 3월 30일 현 정부는 수많은 인권단체와 인권운동가들의 반대를 외면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원 208명을 164명으로  21% 축소하는 안을 국무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했다. 정부와 여당의 명분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공기관의 군살빼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권위도 예외일수 없다는 논리이다.

이번 국가인권위 축소는 인권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결정이다. 첫째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정신은 정부권력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기능을 포함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기구로 설치되었고 현재의 인원도 적은 편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와 사회적 고통이 증가 될수록 인권침해사례는 증대되기 마련이다. 현재 인원으로도 대한민국전체의 인권문제에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인권침해 가중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인원을 감축한다는 것은 권력에 의해 벌어지는 인권침해 감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 다른 정부부처의 5~7% 정도의 인원감축에 비해 인권위만 21% 축소하는 것은 야당과 인권단체에서 주장하듯 작년 촛불시위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인권침해와 권력의 언론탄압과정에서 인권위가 취한 활동에 대한 보복성으로 비춰진다. 이것은 결국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수 230개에 비추어 자치단체 하나에 1명도 안 될 뿐더러 수백 개의 정부기관 숫자에도 못 미치는 인원으로 인권을 감시하라는 모순된 논리이다. 지난 3월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과 광우병 보도를 한 MBC PD수첩의 이춘근 피디에 대한 검찰 수사 및 구속과 체포과정을 보더라도 언론탄압과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국제 엠네스티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노종면 위원장에 대한 체포·구속 과정에서 제기된 인권침해 의혹 사례에 대해 조사 요청을 받아들여 기초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우리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가는 데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적이면서도 정상적인 활동과 정부의 인권개선의지, 시민사회의 인권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이 필수적이다. 60년 전 세계인권선언의 '전문'은 오늘날 한국사회를 들여다 보듯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인류가족 모두의 존엄성과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다. 인권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만행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했던가를 기억해보라. 인류의 양심을 분노케 했던 야만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오늘날 보통사람들이 바라는 지고지순의 염원은 '이제 제발 모든 인간이 언론의 자유, 신념의 자유,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