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소의 해가 밝았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중 하나인 제나라 관중의 책 '관자' 목민편에 보면 사유(四維)라고 해서 나라를 버티게 하는 네 가지 덕목으로 예·의·염·치(禮義廉恥)를  꼽는다. 유(維)라고 하는 것은 '어부들이 사용하는 그물의 위쪽 토를 꿰어 오므렸다 폈다 하는 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이나 글의 뼈대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국가운영의 근간을 의미한다. 

미네르바 구속에 이은 용산참사와 철거민들의 구속을 보면서 이 시대를 사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네르바는 그리스 지혜의 여신인데 항상 부엉이를 데리고 다닌다. 헤겔은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라고 했다. 부엉이는 야행성 동물이다. 부엉이는 인간의 활동이 활발한 낮에는 사물을 보지 못하고 해가 진 뒤에야 세상을 볼 수 있으며 홀로 밤의 세계를 날아다니며 사냥을 한다.

인간사의 폭풍우 같은 일들이 지나간 뒤 밤에 부엉이는 그것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되는 인간의 의식과도 닮았다. 즉 황혼녘의 부엉이 날개는 인간의 지혜와 이성을 상징한다. 인터넷이라고 하는 것은 전 세계 수십억의 인구가 접속하고 다양한 생각을 펼치는 공론의 장이다. 인터넷이기 때문에 수준 이하의 글들도 있겠지만 일상의 삶에서 소통하지 못하는 다양한 생각과 견해가 펼쳐질 수 있는 곳이자 지혜가 모이는 곳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미네르바'의 글이 구속 되어야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전 세계의 언론인과 언론기관들이 미네르바 구속에 항의하고 있다. 우리정부의 염치없는 행위인 것이다.

철거민이 누구인가? 그들은 우리사회 양극화 현상의 극단에 서 있는 서민들이다. 그들이 그 자리에 서 있게 된 것은 생명으로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거민들은 테러집단도 아니고 반군도 아니다. 그 자리에 정부는 크레인과 컨테이너를 비롯한 중무장 특공대를 투입하면서까지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고 진압을 시도하였고 결국 참사로 끝났다. 그리곤 정부와 여당은 모든 책임이 철거민들에게 있는 것으로 돌리고 정부 책임자의 사과 한마디 없이, 진압책임자의 문책 없이 약자들 그들을 구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젠 한걸음 더 나아간다. 정부여당은 재개발사업장에 대한 '3자 개입금지'를 법으로 명문화 할 것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등의 철거시행자와 철거민조합 외에 제3자의 개입을 금지한다는 것인데 누가 보더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거대한 권력집단이고 철거민들은 힘없는 소수약자들인데 제3자의 개입을 금지하겠다는 발상은 약자들의 연대를 막는 것이며 결국 국가권력과 지자체의 개발논리에 따른 처분에 무조건 승복하라는 강자독식의 논리에 다름 아니다. 국가권력이 백성에 대한 예와 의를 못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관자는 예·의·염·치(禮義廉恥) 중 하나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게 되고 둘이 없으면 위태롭게 되며, 셋이 없으면 뒤집어지고 모두 없으면 그 나라는 파멸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사람이 사람과 자연에 대한 예와 의를 지키고 세상사의 일을 대함에 있어 청렴하고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그 사회가 돌아가는 최소한 조건이다. 그런데 그것은 위정자들과 정부, 지자체가 먼저 지키고 수범해야 한다. 만일 권력과 위정자들이 예의염치를 지키지 않는다면 어떤 백성이 그것을 지킬 것이며 그 사회가 지탱되겠는가?

소는 인류사에 있어서 늘 인간을 위해 죽을 때까지 일하고, 고기를 주고, 젖을 주며 인간의 삶과 함께 해왔다. 성실한 민초들을 똑 닮았다. 그런데 소와 관련되어 '소 뒷걸음질에 쥐 잡는다'는 재미난 속담이 있다.

소는 본시 뒷걸음질을 잘 못한다. 그러니 그것은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의미하고 우연성을 의미한다. 작년이 쥐의 해였는데 거꾸로 가기 어려운 소를 자꾸 뒷걸음질 시키면 정말 쥐를 밟을 수 있다. 소는 본시 느릿느릿 하지만 천리를 간다. 뒷걸음질치게 하면 안 된다. 우보천리(牛步千里)하는 한해가 되었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