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정부통제 강화
배분 공정성 우려…사회복지·시민단체 전면 반대

　2주간의 국회 혈투가 잠시 한숨 돌렸나보다. 많은 국민들은 왜 그 지경으로 싸우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야당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법안 다수를 일괄 상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다른 것은 몰라도 소위 민생법안으로 분류되는 복지관련 법안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들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부개정법률안,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안,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연계에 관한 법률안, 의료법 개정안 등 보건복지 관련 쟁점법안들이 있다. 하나같이 매우 중요한 법안으로 대다수가 입법공청회조차 거치지 않은 매우 조악하고 다수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전부개정안이 있다.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국민 기부 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내용이다.
　'전문모금기관의 승인제도를 통해 민간모금시장의 경쟁과 다원화를 꾀함으로써 민간모금의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함'이라는 법 개정 취지도 말이 안 되지만, 복수의 민간전문모금기관을 통해 국민의 기부 선택권을 보장하고 민간모금시장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발상도 문제이다.
　아울러 이를 위해 복지부 산하에 차관이 위원장인 전문모금기관위원회를 설치하여 이들 기관에 대한 지정, 평가 및 지원 기능을 하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명박 정부의 시민 단체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결과인 듯 하다. 공동모금회는 97년  4월 국민의 자발적 성금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관리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준다는 명분하에 만들었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운용되어왔다.
　최근 모금액이 3천억원에 이르듯이 국민의 자발적 기부 문화 형성에 힘써 온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다. 거액에 욕심이 났을까? 복지부는 공동모금회의 모금액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점에 대해 문제라고 규정하고, 공동모금회가 민간기관이기에 가질 수 있는 의사결정상의 일부 문제점을 확대시켜서 자신들의 통제권 강화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사회복지계 및 시민사회계가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있음은 당연한 것이다. 만약 이 법률이 통과되면 국민성금에 대한 정부의 자의적 통제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기관을 독립적으로 운용하기 힘들어지고 배분의 공정성을 지켜 낼 지 의문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공동모금회법을 개정해 민간복지자원을 활용한다는 실천과제를 이미 제시하여, 공동모금회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반대 성명과 토론회가 잇따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나라당은 이번 법률안을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분류하였다는 것이다. 도대체 공동모금회법의 개정이 어떻게 '경제살리기'에 해당하는지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말이다.
　IMF 사태 이후 금모으기에 앞장선 국민들의 성금으로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가 세워졌다. 정부에서는 이를 정부의 관리 하에 두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결국 민간재단이 오랜 시간을 가지고 정부를 설득하였고, 민간재단을 구성하여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민간의 자율적 운용이 오히려 이 정부의 코드에 맞는 것 아닌가?
　코흘리개로부터 백발의 노인들까지 함께 모은 성금에 왜 욕심을 내는지 모르겠다. 이 법률이 개정되면 여기도 낙하산을 타고 누군가 내려올지 심히 걱정된다.